미술작업에 선행하는 시작점 드·로·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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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작가 4인전 ‘실패하지 않는 그림’

이선경 씨의 콩테 드로잉 ‘두려움 없이’(2014년). 갤러리룩스 제공
이선경 씨의 콩테 드로잉 ‘두려움 없이’(2014년). 갤러리룩스 제공
인간은 왜 손에 든 무언가로 그림을 그릴까. 옛적 동굴 벽화 내용의 대상물을 보고 ‘사냥의 기록으로 시작됐다’라고 단정하는 건 부질없다. 모든 그림의 시작에는 결과물에 대한 설명을 쓸모없게 만드는 날것의 욕망이 있다.

9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룩스(02-720-8488)에서 열리는 ‘실패하지 않는 그림: 드로잉’은 네 여성 작가의 드로잉 작업을 모아 내건 전시다. 기획자는 “머릿속 사고를 최초로 시각화하는 드로잉은 모든 미술 작업에 선행하는 시작점이며, 결과물을 향한 과정이 아닌 독자적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걸린 작품에는 아직 무언가 뚜렷한 결말에 이르지 못한 과정의 흔적이 또렷하다. 성민화 작가는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마주하는 타인의 집과 담을 잉크로 그렸다. ‘예쁘게’ 보이기는 하지만 외장 디테일을 파악하기 위한 건축학교 실습 이상의 무엇을 찾아낸 것인지, 모호하다. 이선경 작가는 스스로를 모델 삼아 몸체를 펜, 꽃, 새로 변형시킨 콩테와 색연필 그림을 내놓았다. 허윤희 작가의 오브제는 목탄으로 투박하게 그리다 지우기를 반복한 나뭇등걸이다. 불빛 한 점 없는 깊은 밤 어떤 공간을 담은 강성은 작가의 드로잉은 처음 4B 연필을 쥐고 스케치북에 그려 낸 선 긋기 숙제를 닮았다. 왜 그릴까. ‘잘 그린다’는 건 뭘까. 답은 없다. 고민은 빼곡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미술작업#이선경#실패하지 않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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