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잡화로 2조 원대 연매출 올리는 ‘무인양품’ 디자인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6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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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최대한 덜어내는 것, ‘디자인 없는 디자인’이 내가 추구하는 궁극이다.”

이쑤시개부터 가구까지 7000여 종의 생활 잡화로 2조 원대 연매출을 올리는 ‘무인양품(MUJI)’의 아트디렉터 하라 켄야 씨(57·일본디자인센터 대표, 무사시노 미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0월 18일까지 열리는 ‘한일 국교정상화 50년 기념 그래픽디자인전 교(交), 향’에 참여하기 위한 것. 최근 미술관에서 만난 그의 답변은 디자인만큼 간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디자이너의 교류 기회로 이번 전시는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매년 열리는 ‘도쿄 디자이너스 위크’처럼 여러 디자이너가 한꺼번에 모여드는 행사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뚜렷한 과제를 꾸준히 천착해 온 디자이너들이 목적의식을 갖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교류’라 부르기 어렵다는 것. 켄야 씨는 “호객의 미끼로 디자인을 이용하는 허울뿐인 이벤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간 교류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인가.

“디자인은 대개 다수의 공동 작업이 아니다. 세상에 전하고픈 메시지를 홀로 오래 갈고 닦아 서슬이 퍼렇게 섰을 때 비수처럼 확 뽑아낸 것이 좋은 디자인이 된다. 고독한 수련 없이 다수가 협업한 결과물은 종종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디자인’으로 흘러간다.”

―무인양품에는 다수의 디자이너가 참여하지 않나.

“각 품목을 디자이너 한 사람이 책임진다. 그들은 자신의 역량을 경쟁적으로 과시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최대한 걷어내 상품의 실존적 가치를 드러낸다’는 가치관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책임져야 하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늘 최소한 5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앞으로 인간과 지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을 거다. 식량과 환경 문제, 가치관 충돌로 인한 분쟁…. 인간은 스스로의 기대만큼 영리하지 않다. 바로 한 세대 뒤의 생존을 위해 당장의 작은 욕구를 참아야 한다는 설득에 따르지 못한다.”

―학교에서도 그런 생각을 가르치나.

“나는 디자인 방법론을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과 함께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연구한다. 디자인은 인간과 환경이 합리적 관계를 맺도록 돕는 ‘감각적 교양’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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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디렉터 하라 켄야 씨

아트디렉터 하라 켄야 씨

하라 켄야 씨가 디자인한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하라 켄야 씨가 디자인한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하라 켄야 씨가 디자인한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하라 켄야 씨가 디자인한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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