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안중근과 7년…팬들이 ‘정중근’이라 불러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4일 05시 45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뮤지컬 ‘영웅’은 배우 정성화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 작품이다. 2009년 초연 때부터 안중근을 맡아온 그는 살아있는 ‘영웅’의 역사다. 안중근으로 분한 정성화(맨 오른쪽)와 동지들이 손가락을 잘라 독립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단지동맹’ 장면. 사진제공|에이콤인터내셔날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뮤지컬 ‘영웅’은 배우 정성화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 작품이다. 2009년 초연 때부터 안중근을 맡아온 그는 살아있는 ‘영웅’의 역사다. 안중근으로 분한 정성화(맨 오른쪽)와 동지들이 손가락을 잘라 독립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단지동맹’ 장면. 사진제공|에이콤인터내셔날
■ 뮤지컬 ‘영웅’ 정성화

2009년 초연 후 뉴욕공연 등 100회 넘어
자료 읽고 참배하고 중국서도 자취 찾아

공연 있으면 좋아하는 술 무조건 안 마셔
연출가·감독 겸 배우로 작품 만들고 싶어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죠.”

늦은 밤, 한남동의 한 식당. 콧수염을 떼고 분장을 지운 정성화(40)가 특유의 함박미소와 함께 나타났다. 뮤지컬 영웅 공연을 막 마친 참이다. 정성화는 요즘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고 있다. 이 뮤지컬은 ‘정·성·화’라는 이름 석자를 빼고는 상상하기 힘든 작품이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는 불판을 앞에 두고 ‘정중근(관객들이 붙여준 정성화 안중근의 별칭)’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2009년 초연부터 시작해 벌써 7년째 안중근 역을 맡고 있다. 몇 회나 했는지 알고 있나.

“LG아트센터, 국립극장, 지방공연, 뉴욕공연 등등해서 시즌만 7번째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00회는 무조건 넘을 것이다.”

-이 정도면 ‘안중근보다 안중근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같은 대본, 같은 노래. 아직도 새로운 게 보이는지.

“물론이다. 영웅 외에 다른 작품을 하면서 나도 나름 커리어를 쌓지 않았나. 나이가 먹고 경험이 생기면 작품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

“영웅을 너무 영웅일변도로 그리면 재미가 없다. 단색이니까. 영화 어벤져스에서 토니 스타크가 만날 멋있는 척만 하면 재미있을까. 이번엔 좀 더 친근하고 편한 안중근 상을 그려보고 싶었다. 예전엔 근엄하기만 했던 왕웨이 만두장면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배우에게는 속칭 ‘인생캐(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큰 캐릭터)’라는 게 있다. 정성화에게는 안중근일까.

“내게는 ‘인생캐’가 몇 개 된다. 하지만 안중근만큼 집착이 가는 인물은 없다. 안중근만큼 공부를 열심히 한 배역도 없다. 그 많은 자료를 찾아 읽었고, 참배를 하고, 중국에 가서 안중근이 밟았던 곳을 밟아봤다. 내게 안중근은 그런 의미다.”

-뮤지컬배우는 배우뿐만 아니라 ‘가수’로서도 관리를 해야 한다. 쉽지 않을 것 같다.

“사는데 제약이 많다. 술을 좋아하지만 평일에는 정말 필요하지 않으면 술자리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다음 날 2회 공연이 있을 때만 안 마셨는데, 요즘은 공연이 있으면 무조건 마시지 않는다.”

-무대가 두려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대가 무서워진다. 내 삶의 터전이니까. 무대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무대가 ‘즐기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해내는 곳’이 되었다.”

-배우로서 ‘노후설계’를 하고 있나.

“노래 레슨을 받고 있는데, 이것이 내게는 노후설계다. 시간이 지나면 성대가 늙는다. 똑같은 에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소리를 내야 한다. 이 발성을 익히면 60대가 되어서도 메인배우로 일할 수 있다.”

-어떤 레슨인가.

“전에는 코 먹은 소리가 났다. 그나마 힘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힘이 떨어진 날에는 소리가 맛이 간다. 레미제라블을 하면서 한계를 느꼈다. 혓바닥 뿌리가 연구개를 막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는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노래는 버릇과의 싸움이다. 버릇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뮤지컬과 영화를 병행하고 싶다. 나이가 더 들면 연출가·감독 겸 배우로 작품을 만들어 보고도 싶고. 아참, 또 하나 있다. 대극장 코미디를 꼭 해보고 싶다. 아직 내 개그감은 펄펄하게 살아 있으니까(웃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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