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을 뮤지컬로?…조정래 작가는 OK, 손숙-김성녀 “또 사고 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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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성 똥배짱은 정말 막을 수 가 없어.”(연극배우 손숙)

“박명성이 또 일 저지를 시기가 된 거야.”(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 감독(52)이 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뮤지컬로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랜 지인인 배우 손숙과 김성녀 감독이 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박 감독은 “두 선생님 모두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청하면 대본도 안보고 ‘박명성이가 하자면 해야지’하며 출연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라며 “문자 받고 되레 칭찬 받은 것 같아 기운이 더 솟았다”며 웃었다.

상업적 성공만 생각했다면, 대형 창작 뮤지컬 아리랑은 그가 ‘똥배짱’으로 ‘또 저지른 일’이 맞다. 굳이 힘든 창작뮤지컬을 하지 않아도 그에겐 무대에 올릴 때마다 관객이 몰려드는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같은 유명 라이선스 작품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다 1막 끝자락에 누비아 사람들이 나라 잃은 슬픔, 조국에 대한 열망에 대해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매번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우리 민족의 아리랑 가락이 떠올랐다”며 “주변에서 망할 거라고 많이 말렸지만, 꼭 한번 우리 민족의 아리아인 아리랑을 테마로 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을 택한 이유는 뭘까.

“소설 아리랑은 일제 침략기부터 해방기까지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사를 다뤘는데 우리 민족의 역사 그 자체에요. 엄밀하게 따지면 아직도 우리는 남북이 분단된 상태라 완벽한 광복을 이루진 못했죠.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원작자인 조정래 작가는 박 감독을 만난지 10분도 안돼 바로 뮤지컬 제작을 허락했다고 한다.
“조 선생님께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아리랑을 영화로 만들겠다, 드라마로 만들겠다며 계약만 하고 갔지 실제 작품을 만든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내가 아는 박명성이라면 약속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다. 원작료 생각 말고 하고 싶은 작품 만들어봐라’고 말씀하시는데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뮤지컬 아리랑은 현재 2차 대본까지 나온 상태. 조정래 작가는 ‘나에게 대본 주지 마라. 공연 첫날에 관객 입장으로 보러 가겠다’고 해 미리 보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평소 선후배 대소사를 잘 챙기는 그는 ‘인복’이 많다. 이번에도 아리랑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출연을 자청하는 배우들이 줄을 이었다. 뮤지컬 ‘원스’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창희는 ‘출연료를 안받아도 좋으니 앙상블 역으로라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참여할 뜻을 밝혔다. 배우 강부자도 ‘아리랑 한다면서 왜 나한텐 출연 요청을 안 하느냐’며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주인공에 캐스팅된 안재욱은 다음달 1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지만 공연을 위해 예정된 신혼여행 일정을 미뤘다.

박 감독은 “캐스팅이 힘든 제작 환경에서 이렇게 먼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배우들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랑을 제작하면서 뮤지컬 계 최초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이를 토대로 이미 배우 49명과 스태프 등 120여명이 계약을 맺었다.

그는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들의 권익을 보장해주고 안정된 기반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제작자의 도리”라며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실천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7월 16일~9월 5일. LG아트센터. 6만~ 13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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