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대 팔리고 사라진 ‘비운의 車’ 에드셀을 아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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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존 브룩스 지음/612쪽·1만6000원·쌤앤파커스

비운의 자동차 ‘에드셀(Edsel)’을 들어봤는가. 1955년 포드가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내놓기로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포드나 쉐보레의 저렴한 자동차를 몰던 운전자들은 연소득 5000만 달러를 넘기면서 그보다 높은 가격대의 자동차를 찾았다. 문제는 포드를 타던 운전자 대부분이 포드의 상급 모델인 머큐리 대신 제너럴모터스의 뷰익이나 크라이슬러의 닷지 등으로 바꿔 타곤 했다는데 있었다. 게다가 당시 자동차 시장은 호황이었다. 1955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승용차를 700만 대 이상 팔았는데 이는 그 전 해보다 100만 대 이상 많은 수치였다.

신형 설계에 착수한 포드는 1957년 에드셀을 공개하기까지 총 2만5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첫 해 판매목표는 최소 20만 대. 하지만 실제 판매고는 6만 여대에 불과했다. 그 다음 해에도 판매는 늘지 않았고 에드셀은 2년 간 고작 10만 여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포드는 결국 에드셀 생산을 영구 중단했다.

무엇이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포드가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는 애써 찾지 않아도 곳곳에 증거가 즐비하다. 포드는 개발에 앞서 한 연구소에 의뢰해 소비자 1600명을 면담하고 그들이 다양한 자동차 모델에 대해 가진 심상을 분석했다. 소비자의 취향과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자동차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지만 실적이 좋은 딜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해 영업망 확보에도 힘썼다. ‘에드셀이 오고 있다’며 출시 한 달 전부터 광고를 내보냈고 제품이 완성된 후에도 매장에 전시하지 않고 전국을 순회하며 일부분만 조금씩 노출하는 등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도 아끼지 않았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영입해 각고를 아끼지 않았으나 에드셀은 실패했다. 이후 그 원인을 분석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으나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소비자 지갑을 여는데 실패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어떤 분석도 100% 들어맞는다고 볼 수 없다.

너무 오래된 사례 아니냐고? 오늘날 기업들은 훨씬 발전된 기술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언제 태어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무수한 제품들이 출생신고를 하자마자 곧바로 사망선고를 받고 마는 일은 요즘에도 흔하다. 책은 에드셀 외에도 제너럴일렉트릭, 제록스 등 유명 기업들의 경영에 얽힌 다양한 사례의 전개과정을 소개하고 의미를 짚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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