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1을 공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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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증가속 헐거워지는 아파트 공간, 이웃과 함께하는 방안 모색
‘협력적 주거 공동체’展

서울시립미술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협력적 주거 공동체’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를 비롯한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는 대안적인 주거 문화를 모색하는 자리다. 김용관 사진작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협력적 주거 공동체’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를 비롯한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는 대안적인 주거 문화를 모색하는 자리다. 김용관 사진작가 제공
3분의 1을 공유하라.

대안적인 주거문화를 모색해 온 정림건축문화재단은 건축가 9개 팀에 이런 주문을 했다. 100m²(약 30평) 규모의 집을 기준으로 3분의 1을 이웃과 공유하는 방안을 설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주거문화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26%. 2인 가구까지 합친 비율은 올해 이미 절반(52.7%)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설계한 아파트가 헐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집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면 공동체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건축가 조남호의 ‘수직마을’ 아파트 스케치. 짙게 빗금 친 부분이 입주민들 간에 다양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공용 공간이다.
건축가 조남호의 ‘수직마을’ 아파트 스케치. 짙게 빗금 친 부분이 입주민들 간에 다양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공용 공간이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협력적 주거 공동체’는 9개 팀의 아이디어를 모아 놓은 전시다.

지난해부터 공동 주거를 공부해 온 건축가 김경란 이진오 김수영의 프로젝트그룹 QJK는 한국 옛집의 안채와 바깥채(혹은 사랑채) 개념을 계단형 아파트 구조에 접목했다. ‘현관+현관쪽 방+이 방에 딸린 화장실’을 합쳐 바깥채로, 나머지 공간을 사생활이 보장되는 안채로 쓰자는 내용이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는 두 집이 이 바깥채를 합쳐 운동실이나 놀이방으로 함께 쓸 수도 있다. QJK는 아파트 주민들이 예약제로 쓸 수 있는 스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스파의 운영은 아파트 자치회가 맡고, 수익금은 자치회와 양쪽 가구가 절반씩 나눠 갖자는 것이다.

건축가 조남호는 아파트를 입주민들이 직접 짓는 방안을 제시했다. 100가구 정도가 모여 아파트를 직접 지으면 건설사가 주도할 때보다 금융비용과 개발이익이 빠져 주변 시세의 60% 선에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공유하는 공간에선 입주민들이 인테리어업체, 반찬가게, 어린이방 등을 운영하며 마을화폐가 통용되는 작은 경제 공동체를 만든다.

건축가 황두진은 아파트에서 남아도는 공간을 외부화해 도시농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거실을 텃밭으로 만들어 단지 내 주민에게 임대하고, 수확물을 주민들에게 판매하자는 것이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13일 오후 2시 미술관 지하 1층 세마홀에서는 사회학자와 건축가들이 모여 대안적인 주거 문화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협력적 주거 공동체전#아파트#주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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