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정조의 한글편지, 삐뚤삐뚤해도 의젓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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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소장자료 총서 발간

정조가 4∼5세 무렵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쓴 한글 편지. 국립한글박물관이 21일 발간할 총서에서 정조의 한글편지 16통 중 13통이 처음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정조가 4∼5세 무렵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쓴 한글 편지. 국립한글박물관이 21일 발간할 총서에서 정조의 한글편지 16통 중 13통이 처음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숙모님 앞. 서릿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고자 합니다. (큰외숙모님을) 뵌 지 오래돼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편지 보니 든든하고 반갑습니다.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고 하니 기쁘옵니다. 원손(元孫)’ (1755∼1756년 추정)

정조가 원손 시절인 4∼5세 무렵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다. 삐뚤삐뚤한 글씨여서 한눈에 봐도 어린아이가 쓴 편지임을 알 수 있다. 추운 날씨에 외숙모와 외할아버지의 안부를 챙기는 내용만 놓고 보면 어린이가 썼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의젓하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정조의 한글 편지첩과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의 ‘곤전어필’, 서포 김만중의 딸인 김씨 부인의 한글 ‘상언(上言·국왕에게 올리는 탄원서)’ 등을 엮은 ‘소장자료 총서’를 21일 발간한다. 모두 조선후기인 18세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이다. 특히 정조의 한글 편지첩은 그가 원손 시절부터 재위 22년까지 쓴 편지 16통으로 기존에 알려진 3통 외에 13통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고은숙 학예연구사는 “어린이 필체로 된 조선시대 한글 편지가 드물고 정조의 편지 중 한글로 쓴 것은 편지첩이 유일해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총서에 포함된 ‘곤전어필’은 전문이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효의왕후 김씨가 한문소설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번역해 한글로 직접 옮겨 쓴 책이다. ‘한글상언’은 신임옥사 때 목숨을 잃은 이이명의 부인인 김씨가 손자와 시동생을 구명하기 위해 영조에게 올린 탄원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정조#한글편지#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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