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가득 메운 관심… 한국문학의 세계화 가능성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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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버클리 캘리포니아大 ‘신경숙과 한국문학’ 국제심포지엄 - 사인회

24일(현지 시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동창회관에서 열린 ‘신경숙과 한국 문학’ 국제 심포지엄에서 신경숙 작가가 그의 팬들과 함께 심포지엄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신 작가는 이날 4시간 넘게 심포지엄을 들은 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센터장과 대담을 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제공
24일(현지 시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동창회관에서 열린 ‘신경숙과 한국 문학’ 국제 심포지엄에서 신경숙 작가가 그의 팬들과 함께 심포지엄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신 작가는 이날 4시간 넘게 심포지엄을 들은 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센터장과 대담을 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제공
“엄마한테 이 책을 선물할 건데 (엄마가 이 책을 보고) 저처럼 많이 울까봐 걱정이에요.”

24일(현지 시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동창회관에서 열린 ‘신경숙과 한국 문학’ 국제 심포지엄. 파란 눈의 미국인 여학생이 신경숙 작가에게 ‘엄마를 부탁해’의 영어판 ‘Please Look After Mom’을 수줍게 내밀었다. 그는 자신이 받은 감동을 어머니에게 전하고 싶다며 작가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순간 심포지엄 내내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작가의 입에 맑은 미소가 번졌다.

3년 전 미국에서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는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양장본 소설 부문 14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영국과 일본, 프랑스 등 35개국에 소개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센터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준비한 150여 개 좌석이 가득 찰 정도로 미국 팬들의 열정이 뜨거웠다. 올 6월 미국에서 출간된 신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영어 제목 I'll Be Right There)’를 읽었다는 한 청년은 “영어책을 먼저 읽고 원작의 표현이 궁금해 한국어판을 구해 비교하면서 읽어봤다”며 “영문 제목과 한국어 원제목의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도 했다.

작가 사인회에 앞서 한국 문학을 전공한 교수들과 외국인 번역자 등이 신 작가 작품의 번역 상황과 작품의 특징 등에 대한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각 지역은 물론이고 캐나다와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참석자도 있었다. 로라 넬슨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센터장은 “우리 대학에서 한국 작가 한 명만을 집중 조명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 동아시아어문학과 초빙교수로 행사를 기획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한국 문학의 영역이 세계를 향해 넓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이탈리아어판을 편집한 마르셀라 마리니 씨는 신 작가의 소설이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는 보편적 매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경숙은 한국의 특수한 과거사를 다루는 동시에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아내 이탈리아의 가톨릭 문화와도 잘 맞는다”며 “특히 ‘엄마를 부탁해’의 부모와 자식 간 갈등은 유럽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마리니 씨는 이례적으로 영어판을 거치지 않고 한국어 원문을 이탈리아어로 직접 번역했다. 그는 “이탈리아어는 한국어와 달리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풍부하지 않아 신 작가의 길면서도 우아한 문체를 소화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문 번역자인 정하연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신 작가의 소설은 독특한 어조와 인물의 개성적인 목소리가 중요한데 이를 외국어로 전달하기는 까다롭다”며 “소설 속 문체의 아름다움을 살려내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센터는 올해 신 작가를 시작으로 매년 한국 작가를 초청해 세미나와 강연회, 낭독회를 가질 계획이다. 한국 고전을 포함한 다양한 문학작품과 연구서를 지속적으로 번역 출판하고, 고급 번역자를 양성하기 위한 ‘국제 한국 문학 번역 워크숍’도 개최할 예정이다.

신 작가는 29일 스탠퍼드대를 방문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영어판 낭독회에 참석한다.

     
▼ “타국서 내 작품 얘기 들으니 나도 독자가 된 듯” ▼
심포지엄 참석 신경숙 작가


24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신경숙 작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4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신경숙 작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4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4시간 넘게 이어진 심포지엄을 지친 기색도 없이 지켜본 신경숙 작가는 평소보다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로라 넬슨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센터장과의 대담에서는 간간이 농담을 던지며 청중을 즐겁게 했다.

신 작가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내 작품을 얘기하는 걸 듣고 있으니 나도 독자가 된 것 같아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곳에 직접 와보니 어떤가.

“국내 독자랑 만날 때와는 다른 느낌이더라.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해외 독자에겐 낯설면서 새로운 목소리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독자들이 다양하게 작품을 해석해주는 건 작가로서 기쁜 일이다.”

―외국인들이 작품 속 한국의 토속적 요소를 제대로 이해할까.

“문학을 이해하는 것은 독자가 자기를 열어놓겠다는 얘기다. 다른 것을 공감하고 받아들이고 느끼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는 것이다. 주인공의 삶을 통해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인간의 새로운 면모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에 가장 먼저 소개되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작품이 있나.

“내가 작품을 선택했다면 아마 ‘외딴방’(1995년)을 골랐을 것이다. 이 작품이 끝난 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작가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외딴방’은 아직 영어 번역이 안 됐다. 고단한 ‘외딴방’의 주인공들이 국경 너머 새 친구를 갖게 되면 좋겠다.”

버클리(캘리포니아)=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신경숙과 한국문학#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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