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古創新’ 추사의 서화에 빠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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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추사정화’전

추사의 난 치는 법의 요체를 보여주는 ‘적설만산’. 붓을 급히 눌러 나가다가 짧게 뽑은 급돈(急頓) 단제법(短提法)으로 일관해 억센 잔디 같은 느낌을 준다. 아래 글씨를 번역하면 이렇다. “쌓인 눈 산 덮고 강얼음 난간 이루나, 손가락 끝에 봄바람 이니 이에서 하늘 뜻 알다. 거사가 쓰다.” 간송미술관 제공
추사의 난 치는 법의 요체를 보여주는 ‘적설만산’. 붓을 급히 눌러 나가다가 짧게 뽑은 급돈(急頓) 단제법(短提法)으로 일관해 억센 잔디 같은 느낌을 준다. 아래 글씨를 번역하면 이렇다. “쌓인 눈 산 덮고 강얼음 난간 이루나, 손가락 끝에 봄바람 이니 이에서 하늘 뜻 알다. 거사가 쓰다.” 간송미술관 제공
“추사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천재입니다. 가까운 옛것부터 먼 옛날로 소급해가며 중국 역대 서법의 특징을 배운 뒤 우리의 전통까지 융합해 새것을 만들어냈지요. 옛 법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하나도 옛것과 같지 않은 서체가 추사체입니다.”(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

간송미술관 올가을 정기전의 주제는 ‘추사정화(秋史精華)’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남긴 추사체의 고갱이를 보여주는 서예와 서화 작품 44점을 선별했다.

아버지를 따라 청나라 연경에 가서 금석학의 대가 옹방강에게 글씨를 배우던 시절부터 중국 서도사(書道史)를 관통해 자신의 서체를 가다듬었던 50대를 거쳐 제주 귀양살이 후 칼날 같던 서체가 완숙해지기까지 추사체의 형성 과정을 일별할 수 있는 기회다.

조선 제일의 명필로 꼽히던 원교(員嶠) 이광사를 조선 서예계를 망친 주범으로 비판하며 그의 저서를 “가장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거침없이 비판하던 추사. 나이 70에는 “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春風大雅能容物, 秋水文章不染塵)”는 ‘경쾌전아(輕快典雅)’한 문장을 남겼다.

최 소장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본적인 문화 수단이 글씨이기 때문에 글씨는 문화의 핵이다. 그리고 동아시아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의 핵심이 추사”라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수차례 다뤄온 추사전을 다시 마련한 계기는 최 소장이 추사의 작품을 꼼꼼히 번역해 낸 개정증보판 ‘추사집’이다. 1976년 낸 393쪽 분량의 초판에서 틀린 부분을 바로잡고 분량을 늘려 768쪽으로 펴냈다.

올 정기전은 보화각 2층으로 한정해 전시 규모가 줄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중적인 간송 기획전을 하면서 간송미술관은 학술 전시에 중점을 두게 됐다. 12∼26일 딱 2주간이며 올해부터 예약제로 운영된다. 070-7774-2523, www.kansong.org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추사정화#추사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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