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노동을 탈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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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위한 경제는 있다/J K 깁슨-그레이엄 등 지음·황성원 옮김/320쪽·1만6000원·동녘
다양한 ‘공동체 경제’를 위한 자본주의 개혁 5가지 수단

공동체 경제의 주요 고려 대상 중 하나는 공정무역이다. 생산자의 고통을 무시한 경제는 착취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은 커피의 최저 가격을 파운드당 1.01∼1.45달러로 보장함으로써 가격 등락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애 기본적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 네팔 커피 재배농이 커피 재배(위 사진)와 수확된 커피 콩 고르기를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공동체 경제의 주요 고려 대상 중 하나는 공정무역이다. 생산자의 고통을 무시한 경제는 착취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은 커피의 최저 가격을 파운드당 1.01∼1.45달러로 보장함으로써 가격 등락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애 기본적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 네팔 커피 재배농이 커피 재배(위 사진)와 수확된 커피 콩 고르기를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신자유주의와 글로벌화가 대세인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그 논리 또한 정교해지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등이 그 흐름을 보여준다.

이 책도 그런 흐름 속에서 나왔는데 신자유주의적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이 책에선 현재 주류 경제에서 대안 경제 혹은 공동체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탈환’이라는 개념을 쓴다. 국가 은행 등이 주도하고 보통 사람들은 소비자 역할만 하는 현재의 경제로부터 노동 기업 시장 재산 금융 등 5가지를 탈환해 경제 주체로서의 주도권을 되찾자는 것이다. 그 대안은 저자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거나 싹트고 있는 모델이다.

노동의 탈환은 어떨까. 미국 로펌의 직원인 마야는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한다. 30분간 TV를 보고 잠자리에 들어 6시간 잠을 잔다. 그 대신 높은 보수를 받아 호화 아파트에서 살며 매년 3주간 해외여행을 떠나고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사 입는다. 그렇지만 자기 회복을 위한 관리를 하거나 지역 공동체와 관계를 맺을 시간은 전혀 없다. 이것이 훌륭한 혹은 성공한 삶일까. 이 책은 마야가 물질적 행복은 완벽히 충족했을지 몰라도 직업상 행복, 육체적 행복은 별로 얻지 못했고 사회적 행복, 공동체적 행복은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물질적 행복만을 위한 지불 노동에 매몰된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운시프터(Downshifter)를 언급한다. 다운시프터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건강하게 살기 위해, 더 많은 충족감과 만족을 얻기 위해 소득을 줄이고 스스로를 찾는 사람들을 말한다. 물론 이 책은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프레임의 변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원리를 받아들여 어떻게 생활에 적용할 것인지 고민할 것을 권유한다.

프레임의 변화는 흔히 알고 있는 ‘공유지의 비극’에도 적용된다. 1968년 개릿 하딘이 주창한 ‘공유지의 비극’은 목동들이 사유지는 잘 보호하는 대신 공유지를 함부로 사용해 결국 못 쓰게 된다는 이론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가 타자에게 미칠 영향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기 때문에 사적 소유자가 자원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공유지 등 공유재산이 성공적으로 관리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공동체가 공유재산을 지키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기 이익 추구가 경제를 냉혹한 길로 끌고 간다는 믿음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안 될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하나의 ‘정답’ 대신 다양한 ‘대답’을 내놓는다면 공동체 경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 공정무역 지역화폐 협동조합 종업원지주회사 등이 자본주의의 틈새에 남을지,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수단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이 같은 경제 주체들의 다양성이 인류의 삶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은 확실하다. 원제 ‘Take back the economy’.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타자를 위한 경제는 있다#자본주의#노동#기업#시장#재산#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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