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소설집 한국어판 내는 하루키 “한 편 더 실어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문학동네刊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사랑하는 잠자’ 추가 요청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책과 관련 서적을 위한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국내 팬이 많다. 그는 곧 
국내에서 번역 출간될 단편선에 일본에선 넣지 않았던 단편 하나를 출판사에 특별 요청해 넣기로 했다. 동아일보DB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책과 관련 서적을 위한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국내 팬이 많다. 그는 곧 국내에서 번역 출간될 단편선에 일본에선 넣지 않았던 단편 하나를 출판사에 특별 요청해 넣기로 했다. 동아일보DB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5·사진)로부터 e메일이 도착했다. “추가로 넣고 싶습니다. 포함시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신자는 출판사 문학동네. 지난달 중순의 일이다. 당시 문학동네는 하루키의 새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 번역에 한창이었다. 메일을 클릭 하는 순간 문학동네 사람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번졌다.》  

● 하루키의 메일 “한국판에는 7번째 소설 추가해 주세요”

메일의 내용은 ‘여자 없는 남자들’ 한국어판에 작품 한 개를 추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하루키가 ‘도쿄기담집’(2005년)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단편소설집. 표제작인 ‘여자 없는 남자들’부터 ‘세헤라자데’ ‘예스터데이’ ‘독립기관’ ‘키노’ ‘드라이브 마이카’까지 모두 6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올 4월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30만 부가 팔리면서 번역 출판권을 얻기 위한 국내 출판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6월 말 계약금 2억5000만 원에 낙찰받은 문학동네는 27일 발간을 목표로 ‘1Q84’를 번역했던 양윤옥 씨와 번역 및 편집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루키가 이례적으로 단편집에 추가해 달라고 요구한 작품은 ‘사랑하는 잠자(戀するザムザ)’. 소설은 주인공이 침대 위에서 눈을 뜨자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인 잠자로 변신해 있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하루키가 지난해 일본에서 ‘사랑’이란 주제의 외국 소설을 편역(編譯)해 낸 ‘그리워서’에 포함했던 작품이다.

하루키는 ‘사랑하는 잠자’를 추가하려는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이를 소설집의 마지막이 아닌 6번째로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사랑하는 잠자’를 6번째 소설로 배치해 읽어도 흐름이 어색하지 않고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며 “이번 소설집의 전체를 아우르는 ‘여자 없는 남자들’을 마지막에 배치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 하루키의 단편집에는 ‘하루키’가 담겨 있다

어느 표지가 마음에 드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여자 없는 남자들’의 한국어 번역판 표지 후보들. 문학동네는 독자 투표를 통해 표지 후보 4개 중 하나를 선택해 27일 발간할 예정이다. 문학동네 제공
어느 표지가 마음에 드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여자 없는 남자들’의 한국어 번역판 표지 후보들. 문학동네는 독자 투표를 통해 표지 후보 4개 중 하나를 선택해 27일 발간할 예정이다. 문학동네 제공
‘여자 없는 남자들’은 제목 그대로 아내나 연인에게서 버림받은 남자들의 상실감을 섬세하게 다뤘다. 남녀 관계가 소재이다 보니 성관계에 대한 묘사와 담론이 자주 등장한다.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의 ‘예스터데이’를 제외하면 6개 단편의 주인공은 모두 중년 남성들이다. 그래서 하루키 소설의 주 독자층인 20, 30대 여성보다는 40대 이상의 남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다. 유머와 창의적 비유가 돋보이는 하루키의 초·중기 단편보다 내용도 진중해졌다.

무엇보다 이번 신작에선 작가 하루키가 ‘인간 하루키’를 대놓고 드러낸다. 하루키 자신을 모델로 삼은 듯한 ‘다니무라’라는 소설가 캐릭터가 단편마다 공통으로 등장한다. 하루키도 머리말에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paraphrase·쉽게 바꿔서 설명)하고 부연해 보고 싶었다”며 “그것은 나라는 인간의 ‘현재’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는 “원래 소설가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감추는데 하루키는 신작에서 의도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담았다”며 “하루키는 앞으로 일생의 역작을 쓰는 데 에너지를 쏟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단편소설을 쓸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려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