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재구성]‘맹모삼천지교’는 수학적 오류의 산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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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는 두번뿐… 삼세번 좋아하는 동양정서에 맞춰

부모의 남다른 교육열을 대표하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수학적 오류의 산물이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를 위해 이사한 것은 세 번이 아니라 두 번이기 때문이다.

맹자네 가족은 원래 성밖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다. 그런데 어린 맹자가 자꾸 곡을 하고 상여꾼 흉내를 내는 것을 보고 성내 저잣거리 시장 근처로 이사한다. 이번엔 맹자가 물건 거래하는 장사꾼 흉내를 내는 게 아닌가. 그래서 서당 근처로 이사했는데 맹자가 예법을 흉내 내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고 정착했다. 중국 전한(前漢) 시대의 학자 유향(기원전 77년∼기원전 6년)이 쓴 ‘열녀전’에 기록된 이 고사에 따르면 맹자 엄마는 두 번만 이사했음에도 ‘맹모삼천지교’로 표현돼 있다. 다분히 유향이 창작했을 가능성이 높은 이 고사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삼세 번을 좋아하는 동양적 정서에 맞춰 ‘삼천’으로 표현한 것을 후대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는 ‘칠전팔기(七顚八起)’도 비논리적이다. 일곱 번 쓰러졌는데 여덟 번 일어날 수는 없다. 여덟 번 일어나려면 여덟 번 쓰러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1977년 세계권투협회(WBA) 슈퍼밴텀급 타이틀 결정전에서 홍수환 선수의 승리를 표현한 ‘사전오기(四顚五起)의 신화’도 모순과 과장이 섞인 표현이다. 홍 선수는 정확히 네 차례 다운됐지만 네 차례 다시 일어나 상대인 카라스키야를 KO시켰다.

이런 수리적 모순은 ‘칠종칠금(七縱七擒)’이란 고사성어에서도 발견된다.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할 때 남만의 왕이던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줬다’로 새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자의 뜻을 차례로 새긴다면 ‘일곱 번 풀어주고 여덟 번 사로잡았다’는 ‘칠종팔금(七縱八擒)이 정확하다.

반대로 그냥 많다는 뜻으로 쓴 표현을 정확하게 숫자로 새기는 경우도 있다. 구미호(九尾狐)를 ‘꼬리 아홉 달린 여우’로 새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아홉 구’는 구중궁궐(九重宮闕), 구절양장(九折羊腸)에서처럼 ‘아주 많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자료: 유향의 ‘열녀전’, 김경집의 ‘생각의 프레임’, ‘박수밀의 알기 쉬운 한자인문학’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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