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고 수준’ 베트남 청동기문화가 궁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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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개최… 선사시대 유물 등 380점 선보여

베트남 동선문화의 대표적 유물인 청동 북의 고면. 태양 무늬를 비롯한 기하학적 문양들이 세련되게 새겨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베트남 동선문화의 대표적 유물인 청동 북의 고면. 태양 무늬를 비롯한 기하학적 문양들이 세련되게 새겨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베트남은 상당히 친숙한 나라다. 음식이나 의복이 유명하고 근·현대사도 꽤 알려졌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고대 청동기문화가 크게 번성했고, 당시 아시아 최고 수준의 청동 제련기술을 꽃피웠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29일부터 개최한 올해 첫 특별전 ‘베트남 고대 문명전, 붉은 강의 새벽’은 베트남 국민이 “민족 자긍심의 원천”이라 부르는 청동기 시대의 유물을 소개하는 자리다. 박물관이 2008년부터 베트남국립역사박물관과 공동 학술조사를 진행해 열매를 맺은 첫 번째 성과로, 선사시대 유물 380여 점을 선보였다.

여기서 ‘붉은 강’은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남부 메콩 강이 아닌, 북부 홍 강(옛 송꼬이 강)을 일컫는다. 중국 윈난(雲南) 성에서 시작돼 베트남 통킹 만으로 흐르는 강(길이 1200여 km)은 철분이 많은 진흙 때문에 붉은색을 띠었다. 베트남 청동기문화는 바로 이 강을 낀 주변 지역에서 번성했다.

사람 모양 손잡이 칼. 남성(가운데와 오른쪽)과 여성(왼쪽)의 복식을 뚜렷이 구분한 게 인상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사람 모양 손잡이 칼. 남성(가운데와 오른쪽)과 여성(왼쪽)의 복식을 뚜렷이 구분한 게 인상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의 핵심이자 베트남 청동기문화의 최절정기는 ‘동선문화’다. 기원전 500년경부터 서기 전후까지 이어진 동선문화는 현 베트남 민족의 원류로 여겨진다. 이 시기에 제작된 유물은 수준이 매우 높다. 특히 청동으로 만든 북과 종 같은 악기류나 칼과 항아리, 등잔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통해 당시의 고급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눈여겨봐야 할 문화재는 베트남국립역사박물관이 최고의 보물로 꼽는 ‘동선 청동 북’이다. 이번 전시에 모두 14점이 공개되는데, 얼핏 허리가 잘록한 항아리처럼 보이는 이 북들은 기하학적 무늬가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하떠이 지방에서 출토된 북의 고면(鼓面·북을 치는 면)엔 12개의 빛살을 가진 일광문(日光文·햇살무늬)을 중심으로 바둑판과 새, 빗금 무늬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동선문화의 또 다른 대표 유물인 ‘사람 모양 손잡이 칼’도 인상적이다. 손잡이를 당시 인물 모습 그대로 세밀하게 제작해 베트남 청동기 복식 연구에 요긴한 사료다. 남성은 샅바처럼 생긴 하의만 입고 팔찌와 귀걸이를 했으며 여성은 발뒤꿈치까지 내려오는 치마에 구슬 목걸이를 착용했다. 6월 29일까지. 무료. 02-2077-90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베트남#베트남고대문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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