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황선미 “자신도 몰랐던 기억과 만나고 화해하는 과정 그렸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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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낸 동화작가 황선미

시한부 삶을 사는 노인이 자신의 기억 및 주변 사람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성인동화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를 펴낸 황선미 작가.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시한부 삶을 사는 노인이 자신의 기억 및 주변 사람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성인동화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를 펴낸 황선미 작가.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누구나 드러내기 싫은 기억을 감춰 둔 곳, 살면서 꼭 풀어야 할 것들이 얽혀 있는 뒤뜰 같은 공간을 갖고 살잖아요. 제가 작품 제목에서 ‘뒤뜰’이라는 단어를 버리지 못한 이유예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 황선미(51)의 신작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는 시한부 삶을 사는 한 노인이 유년기 기억과 화해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은 큰 건설회사 회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뇌종양을 앓고 있는 강노인. 어린 시절 잠시 살았던 버찌마을의 양옥 저택에서 남은 생을 조용히 마무리하려 했던 그는 뒤뜰을 수시로 드나드는 동네 꼬마와 노인들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담장을 고치고 스스로를 고립시켜 평온을 되찾으려는 방법이 먹히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마을 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하는 강노인. 그 과정에서 노인은 분노와 굴욕, 열등감으로 점철된 이곳에서의 유년기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게 된다.

“제가 5남매 중 장녀인데, 형제들과 얘기하다 보면 같은 일에 대한 형제들과 저의 기억이 완전히 달라 놀랄 때가 많아요. 어떤 때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기억이란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거구나 싶어요. 작품을 통해 나도 전혀 몰랐던 기억과 만나고, 그 기억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 작품은 원래 2010년 원고지 70장 분량으로 써 뒀던 미발표 원고를 작가가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 넉 달 동안 체류하면서 새롭게 쓴 것이다. “친구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곳이다 보니 매달릴 게 작품 쓰는 일밖에 없었어요. 작품에 집중하는 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했고요.”

작품 구석구석에 녹아있는 작가의 부친에 대한 추억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노인이 옛 기억과 화해하는 결정적 소품으로 나오는 철제 의자에 대한 기억이 대표적이다. “원래 저희 형제가 공부할 때 쓰던 의자였는데 나중에는 아버지가 자식들 줄 쪽파를 다듬을 때 앉아 계셨던 의자가 꼭 그런 모양이었죠. 아이 같은 모습을 간직한 강노인의 모습에도 아버지의 모습이 녹아있죠.”

그는 다음 달 8일부터 10일까지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리는 런던국제도서전에 참석한다. 주빈국인 한국의 작가 중 한 명만 선정하는 ‘오늘의 작가’ 자격이다. 국제도서전에 국내 아동문학작가가 주인공으로 초청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전 세계 25개 나라에 판권이 팔린 ‘마당을 나온 암탉’ 덕분이다.

“제 책이 런던 시내 서점의 메인 코너에 전시된다니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됩니다. 아무도 안 믿을 테니. 도서전에 간 김에 사진도 많이 찍어 둬야겠어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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