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 특별전 연일 호평… ‘신라의 美’ 세계에 각인시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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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취임 3주년 맞는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김영나 관장은 어디에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냐고 묻자 단박에 박물관 1층 중앙 홀의 관람객 휴게실을 꼽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새로 꾸민 이곳은 책도 읽고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다. 김 관장은 “유물을 관람하다 잠시 쉬며 생각을 정리하는 관객들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김영나 관장은 어디에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냐고 묻자 단박에 박물관 1층 중앙 홀의 관람객 휴게실을 꼽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새로 꾸민 이곳은 책도 읽고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다. 김 관장은 “유물을 관람하다 잠시 쉬며 생각을 정리하는 관객들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벌써 3년이나 됐네요. (기사 나가면) 새삼 관장을 오래했다고 사람들이 타박하려나, 호호.”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63)은 만날 때마다 유쾌하다. 실례지만 ‘소녀’ 같다고나 할까. 다음 달 7일이면 취임한 지 3년째. 그간 한국의 대표 박물관을 ‘무탈하게’ 끌어온 수장다운 권위적 태도는 엿볼 수 없다. 21일 집무실에서 만난 ‘국박’의 김 관장은 여전히 웃음이 잦고 솔직했다.

별 탈 없다는 게 성과가 적었다는 뜻은 아니다. 크고 작은 전시를 알차게 진행했고, 박물관을 관람객 중심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해외 반출 여부로 시끄러웠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메트) 특별전이 현지에서 ‘대박’을 터뜨려 김 관장도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었다.

―메트 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센세이션’이에요. 19일까지 메트 정회원 관람을 빼도 14만 명이 넘었습니다. 한국 문화재 해외 전시 역대 최고기록이죠. 폐막일(다음 달 23일)까지 꽤 남아 20만 명도 가능해 보입니다. 현지 전문가들도 연일 호평이에요. 그들에게 생소했던 신라라는 왕국을 확실히 각인시켰어요. 현대 미술가들도 ‘신라인의 감각이 21세기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놀라워했습니다.”

―막상 나가기 전엔 논란이 컸습니다. 전 문화재청장과의 불화설도 있었죠.

“입장 차를 대립으로 보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국보를 아끼는 마음에 그런 거 아닐까요. 국민들이 ‘국박과 문화재청이 각을 세운다’고 오해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평소엔 서로 얼마나 상의를 많이 하는데요. 열심히 하려다 보니 그런 일도 생기는 거죠.”

―그게 3년 동안 박물관을 이끌며 겪은 제일 큰 풍파였나요.

“어이구, 얼마나 한 일이 많은데…. 호호, 그만큼 내실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게요. 가장 뿌듯한 점을 꼽자면, 박물관을 공부하는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거예요. 이런 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죠. 하지만 해외에서 차세대 한국학 전문가 양성에 주력했고, 내부에서도 지속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도록 주문했습니다. 무슨 분야 전문가 하면 ‘국박의 누구’를 떠올리도록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그래도 역시 박물관은 관람객이 우선 아닙니까.

“그건 당연한 거죠.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박물관은 누구나 편하게 찾아올 수 있어야 합니다. 취임 당시 ‘어린이 관람문화 정착’을 내세운 이유가 그거예요. 우리의 미래들이 부담 없이 즐겨야 살아있는 공간이 됩니다. 외국도 마찬가지지만, 박물관에서 애들이 좀 시끌벅적해도 돼요. 어린이들에게 문화재를 소개하는 ‘대학생 멘토 제도’를 운영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입니다.”

―아버님(김재원 제1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초석을 쌓은 박물관이라 사명감도 클 텐데요.

“관장 회의실에 역대 관장님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아버지 사진이 딱 머리 뒤에 있어 지켜보시는 기분이 들어요. ‘1’과 ‘11’(김 관장은 제11대) 숫자도 묘하죠? 매일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관장님들과 마주하면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최근 김달진미술연구소에 갔더니 몇 년 전 방명록에 ‘한 일도 많으시지만 할 일도 많으십니다’라고 쓰셨더군요.

“어머, 제가 꽤 근사한 글을 남겼네요. 호호. 그 말은 저 스스로에게도 들려주고픈 말입니다. 박물관이 우리 것을 아끼는 마음을 배우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디딤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뜻에서 해외 문화재 전시에도 더욱 애쓸 거고요. 박물관은 관람객에게 우리와 세계를 이어주고 들여다보게 하는 하나의 창이어야 합니다.”

▼ 관람객 14만 돌파… 해외전시 사상 최대 흥행 ▼
뉴욕 메트 ‘황금의 나라, 신라’전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황금의 나라, 신라’는 한국 문화재의 해외 전시 역사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게 확실하다. 지금까지 우리 문화재 전시에 관람객이 10만 명을 넘은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의 보자르예술센터에서 개최됐던 특별전 ‘부처의 미소’는 당시 엄청난 관심을 끈 성공 사례로 꼽힌다. 4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시의 관람 인원은 5만8791명이었다. 이것도 적지 않은 숫자다. 2011년 호주 시드니 파워하우스박물관에서 열린 ‘장인정신-한국의 금속공예’ 역시 호평이 이어졌는데 3만8038명이 다녀갔다. 메트에서 현재 기록 중인 14만여 명이 얼마나 대단한 숫자인지 가늠할 수 있다.

물론 한 해 평균 650만 명이 찾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인 메트가 갖는 후광도 크다. 김 관장은 “그렇기에 더더욱 메트 전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며 “메트의 메인 전시를 우리 문화재가 차지한 전례를 이번에 만든 만큼 앞으로 해외에서 전시되는 우리 문화재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김영나#황금의 나라#신라#뉴욕 메트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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