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맛]토끼고기에 와인 넣은 프랑스 ‘고향 집밥’이 보양식이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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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리 아르노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대표

장 마리 아르노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대표는 “유난히 일찍 찾아온 이번 여름에는 어떤 음식으로 고향의 그리움을 달랠지 기대 된다”라며 “한국의 열정적 음식 문화는 늘 흥미롭고 영감을 준다”라고 말했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제공
장 마리 아르노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대표는 “유난히 일찍 찾아온 이번 여름에는 어떤 음식으로 고향의 그리움을 달랠지 기대 된다”라며 “한국의 열정적 음식 문화는 늘 흥미롭고 영감을 준다”라고 말했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제공
한국 사람들은 내게 음식을 추천할 때 “맛있어요”라는 말보다 “몸에 좋아요”라는 말을 더 자주 한다. 프랑스인인 나는 이럴 때마다 “한국 사람은 맛보다 영양을 중시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선택하려는 한국인의 열정이 눈에 보인다.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열정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여름철 보양식 문화다. 20여 년 전 배낭여행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삼계탕을 먹었는데 인삼을 진하게 우려 낸 국물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그 뜨거운 음식이 한국에서는 1년 중 가장 더운 삼복(三伏)에 인기 있는 메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 열량이 높은 뜨거운 음식보다는 수분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찬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여름철이 되면 쌀을 넣은 샐러드인 ‘살라드 드 리(Salad de riz)’나 복숭아, 자두, 살구 등 다양한 제철 과일을 주식으로 먹는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살라드 드 리는 쌀과 생야채들을 이용해 만드는 차가운 샐러드로 더운 날 땀을 식히는 데 제격이다.

이처럼 한국과 프랑스의 여름철 보양식은 그 개념부터 다르지만, 한국과 프랑스 사람들이 공통으로 떠올릴 여름철 특효 보양식이 있다. 바로 ‘집 밥’이다. 가족 구성원들의 영양을 고려하여 자체 개발한 레시피에 만드는 이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집 밥’이야말로 무더운 여름을 이기도록 도와주는 최고급 보양식이 아닐까.

필자의 할머니는 여름철이면 토끼고기, 적포도주, 버섯, 양파를 넣는 ‘할머니표’ 특제 요리를 자주 해 주셨다. 할아버지는 매년 여름 살구, 복숭아 등의 다양한 과일과 설탕을 넣은 잼을 만들어 주셨다. 잼이 적당히 졸아들기 전, 할아버지와 함께 신선한 여름 과일향이 살아 있는 잼을 맛보며 즐거워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며 식욕이 돈다. 한국인들에게도 ‘집 밥’은 현재를 살아가는 힘을 주는 최고의 보양식이다.

올해 유난히 빨리 찾아온 여름을 보면서, 올여름은 어떤 음식을 통해 영양을 보충할 뿐 아니라 고향의 향수를 채울지 기대된다. 보양식에 대한 열정처럼, 바쁘고 불규칙한 삶을 사는 한국 사람들은 건강을 지키고 노화를 관리하는 데 열심이다. 한국의 열정적 음식 문화는 건강식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우리에게 통찰의 단서가 된다.

프랑스인은 음식을 평가할 때 맛, 시각적 즐거움, 그리고 서비스라는 삼박자가 모두 어우러졌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여기에 한국의 정신을 요리에 담아 내는 식당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필자가 근래에 즐겨 찾는 식당은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있는 ‘정식당’이다. 세계적 미식잡지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오너 임정식 셰프가 운영하는 정식당은 한국의 신선한 식재료에 프랑스식 조리법을 가미해 한식을 색다르게 재해석하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기발함과 유머 가득한 식전 요리와 디저트는 먹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올여름, 맛과 영양은 물론 먹는 이의 창의력까지 자극하는 정식당의 음식은 미래에 내가 추억하게 될 맛이다.

정리=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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