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도성의 의례공간, 왕권강화 따라 왕궁으로 옮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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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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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학회 15일까지 학술토론

고대 도성(都城)은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사상의 중심지로 다양한 국가 기능이 수행되던 장소다. 특히 도성 안에 있던 왕궁 관청 사찰 제장(祭場) 등 건축물과 시설은 의례공간의 성격을 지녔다. 이곳에서 거행된 의례가 곧 왕의 권위를 상징했던 것이다.

고대 도성을 구성하는 건축물과 시설을 의례공간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여기에 반영된 왕권의 위상을 조명하는 학술회의가 열린다. 한국고대사학회와 한국외국어대 역사문화연구소는 ‘한국 고대 도성의 의례공간과 왕권의 위상’을 주제로 14, 15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법학관에서 합동토론회를 연다. 문헌사학자와 고고학자 20여 명이 참석해 고구려 백제 신라와 통일신라 발해 도성의 의례공간과 왕권의 위상을 조명하고, 중국과 일본의 고대 도성과 비교하는 종합토론이 이어진다.

발해 도성에 대해 발표하는 윤재운 대구대 교수는 “중국 학계는 발해의 도성이 수당(隋唐) 시대의 장안성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발해의 역량과 문화가 당나라의 영향 아래 성장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발해 상경성의 궁전 배치가 장안성의 태극궁이나 대명궁과 일정한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고구려에서 시기별로 국가체제와 왕권의 위상이 변화함에 따라 도성의 의례공간도 변화했다”고 발표한다. 고구려에서 왕권이 아직 강하게 확립되지 않았던 3세기 중반에는 도성 동쪽의 압록강변이 가장 중요한 의례공간으로 사용되었다가 4세기에 왕의 위상이 높아져 태왕(太王)권이 확립되면서 왕궁을 중심으로 한 도성의 의례공간이 형성됐다는 것.

이병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그동안 주로 고고학이나 미술사 측면에서 연구되던 정림사지 미륵사지 등 백제의 불교 사찰들을 왕권과 연관지어 분석한다. 538년 백제 성왕이 사비(부여)로 천도할 때부터 왕권 강화라는 마스터플랜을 뒷받침하기 위해 불교 사찰들을 지었다는 것. 이 연구관은 “사비 시기 도성 안팎에 분포하는 주요 사찰들은 단순한 종교시설을 넘어 왕궁 및 국가 시설들과 유기적인 관련을 갖고 배치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 박순발 충남대 교수가 ‘동아시아 고대 도성 묘단(廟壇)의 기원과 전개’, 차순철 동국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이 신라, 양정석 수원대 교수가 통일신라, 최재영 한림대 교수가 수나라, 하시모토 요시노리(橋本義則) 일본 야마구치(山口)대 교수가 일본 도성에 대해 발표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고대사학회#의례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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