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길게 살고 싶은가, 새로운 것을 찾고 현재에 충실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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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시간/스티브 테일러 지음·정나리아 옮김/277쪽·1만3000원·용오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19세기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열 살 아이에게 1년은 살아온 삶의 10분의 1, 50세 남자에게는 50분의 1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나이가 들수록 일정 기간의 시간이 전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속도가 빨라진다고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지루하고 초조할 때는 더디게, 편한 친구와의 수다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심리학을 강의하는 저자는 이처럼 심리적인 시간을 ‘제2의 시간’이라고 규정하고 4년간 연구해온 ‘시간의 왜곡’ 현상의 원인을 설명한다.

저자는 맨체스터 공항에서 여행을 다녀온 2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의 사람이 타지에서의 시간이 실제보다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꼈다고 답했다. 제2의 시간이 적응, 경험의 정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접할 때 시간은 유난히 천천히 흐른다. 여행지에서의 첫날은 느리게 가고, 마지막 하루는 쏜살같이 가는 것도 생소했던 장소가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제2의 시간은 시간 개념과도 관계가 있다. 시간 개념이 없어 과거와 미래를 깊이 인식하지 않는 원주민들의 심리적 하루는 상대적으로 길다. 시간낭비, 시간절약이라는 개념도 없다. 이들에겐 실수로 엉망이 된 어제를 되돌리고 싶다는 뉘우침이 덜하다. 개념이 없으면 소유에 대한 집착도 적다.

1970년대 칠레의 인디언들을 관찰한 인류학자 앤드루 미러클은 그들이 시장에 한 번 가기 위해 오후 내내 트럭을 기다리면서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내일 다가올 재앙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흐르는 시간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 몰입하면 24시간을 심리적으로 길게 활용할 수 있다.

철학 문학 심리학을 가로지르며 시간을 탐구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간명하다. 현대인들의 조급증이 오히려 시간을 더 빨리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조언하는 ‘제2의 시간’ 늘리는 법은 이렇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현재에 집중하라, 매일 아침 샤워할 때 어젯밤 일을 곱씹거나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하기보다는 몸에 부딪혀 흐르는 물줄기의 온기에 집중하라, 익숙했던 지하철 출근길을 버스로 바꿔 생활에 변화를 주라…. 프랑스 철학자 마리 장 귀요(1854∼1888)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시간의 양을 늘리고 싶다면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스스로를 새롭게 하라.”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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