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성범죄 그리고 희망… 그들, 원고지에 한국사회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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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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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열려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을 맡은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편혜영 소설가, 신수정 평론가, 윤성희 소설가, 이원 시인,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정윤수 영화감독, 손정수 평론가, 김행숙 시인, 강영숙 소설가, 박성원 소설가, 전성태 소설가.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을 맡은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편혜영 소설가, 신수정 평론가, 윤성희 소설가, 이원 시인,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정윤수 영화감독, 손정수 평론가, 김행숙 시인, 강영숙 소설가, 박성원 소설가, 전성태 소설가.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불안하고 척박한 현실을 그린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다만 그런 위기에 주저앉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노력을 그리는, 희망적인 작품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일상의 위기를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업과 고용불안, 불안정한 미래를 비롯한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가 그대로 원고지 위로 옮겨온 것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올해 응모자는 1881명, 총 편수는 5113편이다. 분야별로는 중편소설 278편, 단편소설 447편, 시 3612편(688명), 시조 382편(74명), 희곡 64편, 동화 189편, 시나리오 97편, 문학평론 11편, 영화평론 33편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중편소설은 5편, 문학평론은 6편, 영화평론은 8편 늘었고 다른 부문은 줄었다.

올해도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중국 홍콩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해외 각국에서 92명이 e메일로 응모작을 보내왔다. 예심에는 시인 김행숙 이원 씨(시 부문), 소설가 강영숙 전성태 씨와 평론가 신수정 씨(중편소설 부문), 소설가 박성원 윤성희 편혜영 씨와 평론가 손정수 씨(단편소설 부문), 정윤수 영화감독과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시나리오 부문)가 참여했다.

시 부문은 어느 때보다 상향 평준화됐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 “훈련이나 학습이 아닌 자기 안에 무언가 들끓고 있는 작품들. 자기 세계와 언어를 확장시킬 수 있는 수준작을 여럿 봤다.”(김행숙 시인) “본심에 올라간 9편 외에도 약 20편을 놓고 본선 진출을 논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시의 형식도 신선했다.”(이원 시인)

특히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밥벌이나 생활을 그린 시가 많았다. 하지만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이를 희망적으로 형상화하는 시적 동력이 곳곳에서 포착됐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단편은 장르적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펼치기 용이한 소설 부문임에도 “소재가 지나치게 현실에 밀착된 것이 많았다”고 심사위원들은 말했다. 공상과학,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시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편혜영 소설가는 “실직, 주식사기, 채권추심 등을 주제로 가족의 붕괴를 그린 소설이 많았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원 소설가는 “최근 성추행 사건이 많아서인지 성적인 서사가 두드러진 작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고 전했다. 기술 방식의 아쉬움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윤성희 소설가는 “자신의 상처를 떠올릴 때 모두 회상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이야기 형식이 전형화되는 듯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중편소설 부문에서는 일상, 그중에서도 이웃을 다룬 소설이 하나의 경향을 이뤘다. ‘이웃’이란 단어가 작품에 들어가는 작품만 5편이 넘었다. 신수정 평론가는 “빽빽하게 밀착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작품 소재를 선정하는 데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성태 소설가는 “문체만 잘 보여도 소설이다. 그런 점에서 언어미학을 고양한 소설이 적은 점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시나리오 부문을 심사한 조철현 대표는 “전체 분량의 80% 이상이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여서 놀랐다. 최소한의 공동체가 깨진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윤수 감독은 “사극이나 공상과학물은 완성도가 떨어졌고 ‘가족 힐링 드라마’류가 두드러져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6편, 단편소설 8편, 시 9편, 시나리오 10편이 17, 18일 열리는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 부문은 예심 없이 본심을 진행한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내년 1월 1일자 신년호에 발표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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