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미술 쌍끌이 축제, 세계와 눈 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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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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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아본 ‘타이베이 비엔날레’… 알찬 구성 ‘아트 타이베이’

타이베이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타이베이 비엔날레 2012’에 나온 미국 작가 애덤 아비카이넨의 거대한 설치작품은 지금 같은 형태의 인간이 멸종되는 시간을 상상해본 작업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고대 중국신화 속 괴물처럼 폭력과 파괴로 물든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고 있다. 타이베이시립미술관 제공
타이베이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타이베이 비엔날레 2012’에 나온 미국 작가 애덤 아비카이넨의 거대한 설치작품은 지금 같은 형태의 인간이 멸종되는 시간을 상상해본 작업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고대 중국신화 속 괴물처럼 폭력과 파괴로 물든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고 있다. 타이베이시립미술관 제공
요즘 대만 타이베이시립미술관에 가면 로비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바닥에서 강렬한 조명등이 비치는 흰 가림막을 따라가면 가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안에서 작가와 과학자 등 17명의 초청인사가 번갈아 대화를 나눈다. 가림막에 비친 관객의 그림자도 작품의 일부다. 독일 작가 하나 후르트치히의 작품 ‘근대의 풍경들’이다.

이 미술관이 주관하는 ‘타이베이 비엔날레 2012’(9월 29일∼내년 1월 13일)는 첫머리부터 관객의 진지한 성찰과 참여를 요구한다. 1998년 시작된 비엔날레는 올해 독일 큐레이터 안젤름 프랑케가 전시감독을 맡아 ‘근대의 괴물/허구의 죽음과 삶’을 주제로 꾸몄다. ‘근대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시각예술로 펼쳐낸 40여 명의 작업은 6개 미니박물관 형식의 전시로 구성됐다. 20세기의 폭력적 발자취를 탐색한 행사로 탄탄한 주제의식, 밀도 있는 내용이 돋보였다.

비엔날레와 더불어 9∼12일 타이베이세계무역센터에선 올해 19회를 맞은 ‘아트 타이베이’가 열렸다. 세계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15개국 150여 갤러리가 참여했다.

○ ‘근대’와 ‘세계화’의 길을 돌아보다

(위)비엔날레에 선보인 하나 후르트치히의 설치작품. (아래) ‘아트 타이베이’ 포럼에 참여한 사진가 스기모토 히로시가 제주 바다를 찍은 작품과 함께했다. 타이베이=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위)비엔날레에 선보인 하나 후르트치히의 설치작품. (아래) ‘아트 타이베이’ 포럼에 참여한 사진가 스기모토 히로시가 제주 바다를 찍은 작품과 함께했다. 타이베이=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올해 비엔날레는 ‘근대’란 명목 아래 폭력과 야만을 자행한 인류의 역사를 고대 중국신화 속 괴물 도올(도올)에 은유했다. 사람 얼굴과 호랑이 몸을 가진 도올은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다. 미니박물관을 차례로 돌아보면 다른 이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죽을 때까지 싸우는 난폭한 괴물이 바로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3층 전시실엔 전쟁, 테러, 재난, 식민지 수탈 등 역사의 그늘을 돌아보는 작품들이 그득했다. 이 중 3분의 1이 신작이다. 아시아의 사회 문화 지리적 맥락을 소재로 한 지역작가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출품작 중 기록과 사진, 영상 등을 기반에 둔 아카이브형 작업의 비중이 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첫 번째 독립기념일 행사를 기록한 흑백사진만 모은 마리암 자프리, 근대의 폭력을 3채널 영상으로 구성한 예르반트 지아니키안과 안젤라 리치 루치의 작업 등이 인상적이었다. 비엔날레용 화려한 볼거리 대신 영국 동인도 회사의 아편무역, 일본의 인체실험부대 등 실제 역사와 허구를 융합한 작업들이 많았다. 오직 경제적 관점으로만 발전을 해석해온 역사의 맹점을 지적한 전시는 무겁고 진지하지만 ‘세계화’란 이름 아래 생겨난 오늘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해 호소력이 컸다.

○ 세계와 대만 미술이 만나다

‘아트 타이베이’에선 에마뉘엘 페로탱, 로버트 밀러 등 서구 갤러리와 일본 화랑들의 대거 참여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아트사이드, 박영덕, 스케이프 등 5곳이 참가했다. 베이징의 핀 갤러리는 조각가 엄태정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송현숙, 신미경, 이이남 등의 작업도 해외 화랑을 통해 관객을 만났다. 대만의 근대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등 범중국권 화가들의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원주민 예술을 조명한 기획전과 세계적 사진가 스기모토 히로시가 참여하는 포럼 등 부대행사도 인기였다.

대만미술의 국제화를 이끌고 있는 두 행사의 공통점은 거창한 규모 대신 실속 있는 구성과 진행을 추구했다는 것. 외국 작가의 명성에 기대기보다 자국 미술이 국제적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행사를 지향한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었다.

타이베이=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대만#미술#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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