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기술, 예술과 만나다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서울, 홍콩, 새너제이를 연결하는 모리스 베나윤의 ‘세계로 통하는 터널’.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 홍콩, 새너제이를 연결하는 모리스 베나윤의 ‘세계로 통하는 터널’.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투명 아크릴 박스에 갇힌 집파리들이 컴퓨터 키보드를 스쳐 가면 자판에 상응하는 글자들이 트위터 창에 입력되고 140자를 채우면 트윗으로 전송된다(데이비드 보웬의 ‘파리 트윗’). 스케이트보드에 전기장치를 달아놓은 기계가 제멋대로 즉흥적 그림을 그려낸다(간노 소 & 야마구치 다카히로의 ’센스리스 드로잉 봇‘). 검은색 구식 타자기가 자판을 두드리면 인터넷상 실시간 대화처럼 헤어진 연인의 대화가 나타난다(아크람 자타리의 ‘내일이면 다 괜찮아질 거야’).

제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2012)에 나온 작품들이다. 미디어 기술과 기기를 예술로 끌어들여 살펴본 오늘의 세계는 때론 섬뜩하고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론 슬픈 영화처럼 애틋하다. ‘너에게 주문을 건다’는 주제 아래 열리는 이번 행사(전시총감독 유진상)엔 20개국 작가 49명이 참여했다.

르완다 인종분쟁의 후투와 투치족의 철자를 옮기는 개코원숭이의 무심한 동작을 기록한 아델 압데세메드의 ‘기억’에서 시작한 1부 ‘모두 잘될 거야’에 이어 ‘천 개의 주문들’과 ‘보이지 않지만 안녕’ 등 3개의 소주제가 이어진다. 인간 대신에 컴퓨터가 펼치는 퍼포먼스, 서울과 새너제이, 홍콩 등을 연결한 데이터 터널 등 데이터와 페이스북 같은 사회적 소통의 도구들이 가져온 변화를 짚어낸 작업이 다수 선보였다. 사람을 위한 도구와 기술이 되레 인간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가벼운 볼거리 위주가 아닌 진지한 관점에서 미디어아트의 넓은 스펙트럼을 살펴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11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과 상암동 DMC 홍보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