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色 ‘백조의 호수’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맨 위)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기교를 앞세워 화려한 반면 다소 건조한 느낌을 준다. 국립발레단 제공 (가운데) 창작 무용 ‘백조의 호수’에선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한국 무용이 의외로 어울린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시무용단 제공 (아래) 마린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감성을 강조해 부드럽고 따뜻한 무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크레디아 제공
(맨 위)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기교를 앞세워 화려한 반면 다소 건조한 느낌을 준다. 국립발레단 제공 (가운데) 창작 무용 ‘백조의 호수’에선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한국 무용이 의외로 어울린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시무용단 제공 (아래) 마린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감성을 강조해 부드럽고 따뜻한 무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크레디아 제공
고전에 새삼 눈길이 가는 가을. 고전 발레 중에서도 고전으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가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19, 20일 볼쇼이 발레단 버전으로, 서울시무용단은 25, 26일 창작 무용으로, 마린스키 발레단은 다음 달 11일부터 사흘간 오리지널 버전으로 각각 공연한다.

‘3가지 색 백조’의 관람 포인트를 키워드로 짚어본다.

○ 무대 위 ‘왕자의 난’

이번 ‘백조의 호수’ 향연에 특히 각별한 감정을 느낄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국립발레단에서, 한 사람은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김기완(23), 김기민(20) 형제다. 두 사람은 각각 자기가 속한 무용단의 공연에서 백조를 사랑하는 지그프리트 왕자로 무대에 선다.

형 김기완이 먼저 성남아트센터 20일 공연에 이은원과 짝을 이뤄 무대에 오른다. 수도권 공연에서 백조의 호수 주역은 처음.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역대 최연소(17세)로 왕자를 맡았던 동생 김기민은 이번엔 마린스키 버전의 이 작품에서 다음 달 13일 왕자로 데뷔한다.

‘백조의 호수’는 형제에게 인연이 깊다. 동생 김기민이 2009년 12월 10일 지그프리트 왕자로 무대에 섰던 그날 형 김기완은 오른 다리 근육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절치부심한 김기완이 지그프리트 왕자를 처음 맡아 데뷔한 것은 2년 뒤인 2011년, 바로 12월 10일이다.

○ 최고의 백조는 누구?

‘백조의 호수’에서는 지그프리트 왕자보다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을 1인 2역으로 소화하는 여자 주역이 가장 빛난다. 최고의 테크닉과 표현력 모두 요구돼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열망하는 ‘꿈의 배역’이다.

국립발레단은 이틀 공연에 김지영과 이은원이 차례로 선다. 국내 최고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김지영은 특히나 기교를 강조하는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의 ‘백조의 호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떠오르는 신예인 이은원은 원숙한 김지영에 맞서 ‘상큼 풋풋한 백조’의 다른 모습으로 승부한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김지영이 ‘기교의 백조’라면 이번 마린스키 내한 공연에 출연하는 마린스키 간판 울리야나 로팟키나는 기교와 더불어 강수진에게도 뒤지지 않는 표현력을 겸비했다. 세계적 발레리나가 많은 러시아에서도 국보급 발레리나로 꼽힌다. 황보유미 무용 칼럼니스트는 “285mm의 발 크기에서 나오는 안정된 자세와 175cm 장신과 긴 팔다리가 만들어내는 선의 아름다움은 견줄 무용수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 같으면서 다른 백조의 호수?

발레 백조의 호수는 수십 개의 안무 버전이 있지만 일반인 관객이 알아챌 만큼의 큰 차이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한국 무용으로 창작한 서울시무용단의 ‘백조의 호수’는 이들 발레와는 많이 다르다.

이야기의 배경은 고대 한민족이 활동하던 만주지역으로, 지그프리트 왕자는 부연국 지규왕자, 마법사 로트바르트는 비륭국을 멸망시킨 만강족 족장 노두발수, 오데트 공주는 설고니 공주, 흑조 오딜은 거문조로 바꾸었다. 원작 발레에선 오데트 공주가 백조로 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지만 이 공연은 노두발수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설고니 공주에게 분노해 저주를 걸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대본 작업을 한 김민 씨는 “발레 작품보다 군무가 많으며, 의상이나 춤뿐만 아니라 음악도 동양적인 느낌이 나도록 국악기 연주를 믹싱했다”고 말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해피엔딩이라는 것. 원래 백조의 호수는 두 주인공이 죽는 비극이다. 하지만 러시아 발레의 경우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왕자가 마법사를 물리치고 사랑을 이루는 줄거리로 바뀌었다. 마린스키는 결말이 다른 두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갖고 있는데 이번에 국내에서 공연하는 것은 해피엔딩 버전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발레#백조의 호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