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12>100년전 기성복 팔던 패션쇼 예술 산업의 꽃을 피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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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뉴욕패션위크가 열린 링컨센터에서 배우 케이티 홈즈(앞에 서 있는 두 명 중 왼쪽)와 그의 스타일리스트 진 양이 함께 론칭한 ‘홈즈 앤 양’ 라인의 새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의 패션쇼는 다양한 예술 요소가 만나는 ‘집단 지성의 힘’을 보여준다. 조엘 킴벡 제공
지난달 뉴욕패션위크가 열린 링컨센터에서 배우 케이티 홈즈(앞에 서 있는 두 명 중 왼쪽)와 그의 스타일리스트 진 양이 함께 론칭한 ‘홈즈 앤 양’ 라인의 새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의 패션쇼는 다양한 예술 요소가 만나는 ‘집단 지성의 힘’을 보여준다. 조엘 킴벡 제공

매년 2월과 9월이 되면 세계 곳곳의 패션 피플이 미국 뉴욕으로 몰려든다. 다음 시즌 패션의 트렌드를 미리 제안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뉴욕의 패션쇼들이 끝나기가 무섭게, 패션 피플은 유럽으로 향한다. 런던 밀라노 파리로 이어지며 또 다른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쇼가 열린다.

세계적인 패션 메카에서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정해진 기간 동안 응집해서 선보이는, 이른바 ‘컬렉션’이 열린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각 나라 대표 도시의 이름을 붙인 패션 컬렉션을 열고 있다.

컬렉션의 기원은 미국

컬렉션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인 패션쇼의 기원에 있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패션쇼의 모태는 유럽이 아닌 미국이다. 초기의 패션쇼는 지금처럼 다양한 아이디어가 응축된 쇼라기보다는 기성복 판매라는 상업적 목적이 강했다. 1910년경 시카고와 뉴욕을 중심으로 상업적인 패션쇼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이 패션쇼들은 기성복 산업을 획기적으로 촉진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당시 유행의 발신지라 여겨지던 프랑스 파리와 왕래가 어려워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백화점 패션쇼가 당시의 유행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됐다. 미국 내 대형 백화점 패션쇼는 이로 인해 더욱 확고히 자리를 잡게 됐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전까지 뉴욕을 기반으로 한 디자이너 부티크나 개인 의류 브랜드를 중심으로 1년에 2차례 쇼를 여는 것이 일종의 붐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패션쇼가 자율적으로 날짜와 장소를 선택해 열리고 있었던 때라, 각각의 쇼 사이에 유기적인 연결 고리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때 많은 패션 관계자들 사이에서 우후죽순으로 열리는 패션쇼를 같은 장소, 같은 기간으로 통합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들어와 그런 시대적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제각각 열리던 패션쇼들이 일정 기간 동안 한 장소에 모여 열리는, 이른바 ‘컬렉션’이라는 개념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또 전 세계 패션 중심지인 파리 밀라노 뉴욕 등이 기성복 컬렉션의 기틀을 마련해 나갔다. 상업적인 패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던 뉴욕도 1993년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한 브라이언트 공원에 커다란 텐트로 런웨이 세트를 지으며 ‘패션 컬렉션’이라는 세계적인 라운드에 참여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도 대단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뉴욕 패션위크’이다. 한국에서도 그간 여러 패션 단체가 각자 열어오던 컬렉션을 ‘서울 패션위크’라는 이름으로 통합해 매년 3월과 10월, 한 해에 2번씩 컬렉션을 열고 있는데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하면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패션쇼는 진화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패션쇼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 한 송이이고, 컬렉션은 다채로운 꽃들이 모인 화단이라고. 단순한 눈으로만 보면 컬렉션은 정말 말 그대로 패션쇼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합예술’의 전시회이자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가 스며든 ‘상업적 쇼케이스’이다. 또 디자이너라는 송신기와 고객이라는 수신기, 그리고 패션 산업의 전반에 포진해 있는 송신탑들인 패션 전문가들을 잇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기도 하다.

초창기의 컬렉션은 그저 상품 판매 촉진용의 전시회 수준으로 쇼 디렉터, 조명 전문가,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 관련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요 없었겠지만 현재의 컬렉션은 다양한 패션 관련 요소들을 하나로 연결해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됐다.

컬렉션의 진화는 앞으로도 더욱 빨라질 것 같다. 몇 시즌 전부터 뉴욕 컬렉션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도입됐다. 쇼에 초청받은 사람들의 참석 여부를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미리 알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한 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컬렉션의 진화는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앞으로의 변화가 궁금해진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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