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11>패션계의 빅 브러더 LHMH, PPR 그룹에 도전장 던진 라벨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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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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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막강 브랜드 소유

패션계를 주무르는 ‘큰손’들.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왼쪽 아래), PPR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오른쪽 아래), 자회사 LTH를 통해 명품 브랜드들을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오른쪽 위), 라벨룩스가 이끄는 패션 브랜드 ‘벨스태프’(왼쪽 위)와 주요 패션 대기업 로고. 조엘 킴벡 씨 제공
패션계를 주무르는 ‘큰손’들.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왼쪽 아래), PPR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오른쪽 아래), 자회사 LTH를 통해 명품 브랜드들을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오른쪽 위), 라벨룩스가 이끄는 패션 브랜드 ‘벨스태프’(왼쪽 위)와 주요 패션 대기업 로고. 조엘 킴벡 씨 제공
작가 조지 오웰이 1949년 발간한 소설 ‘1984’를 보면 ‘빅 브러더(Big Brother)’라는 표현이 나온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지배 집단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후 이 표현은 국민을 각종 제도들로 컨트롤하려는 정부 조직이나 대중을 교묘하게 선동하는 미디어에 빗대어 사용됐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어떤 업계나 분야를 주무르는 숨은 실력자라는 뜻도 있다. 패션 분야에도 역시 패션디자이너나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는 빅 브러더들이 있다.

대중에게도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패션계의 대표적인 빅 브러더는 단연 루이뷔통, 디오르, 불가리, 마크 제이콥스, 도나 캐런, 셀린느 등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LVMH그룹이다. 이와 쌍벽을 이루며 구치, 이브생로랑,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알렉산더 매퀸 등을 소유하고 있는 PPR그룹도 꼽지 않을 수 없다.

패션계에 종사하고 있지 않다면, 이들 브랜드들이 사실 하나의 거대 기업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기 마련이다. 이는 고객들이 이들 모(母)기업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게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각 기업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각의 패션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역사와 색깔이 뚜렷하다. 따라서 이를 원천으로 각 타깃에 맞는 소비자를 창출하는 것이 각 브랜드의 목표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는 사실 거대 패션 기업들의 거시적인 마케팅 플랜하에서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

소속 브랜드 간 소비자가 겹치는 부분은 적절히 조정하고, 새로운 시장 진출에 다양한 방법으로 공조하는 공생공존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LVMH그룹과 PPR그룹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흥 빅 브러더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중 스위스를 기반으로 럭셔리 패션업계에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라벨룩스(Labelux)’그룹의 활약이 눈에 띈다. 고급 구두와 피혁 브랜드로 유명한 발리가 모체인 이 회사는 최근 영국의 고급 슈즈 및 피혁 브랜드인 지미 추에 이어 아시아계 디자이너 브랜드 데릭 램을 사들이면서 화려한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디자이너 데릭 램은 이탈리아 피혁 브랜드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약한 바 있다.

거기에 이미 이 그룹이 갖고 있던 영국의 기능성 의류 브랜드 ‘벨스태프(Belstaff)’를 최근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거쳐 재탄생시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왁스로 코팅된 재킷 위주의 라인 전개에서 탈피해 토털 패션 브랜드로서 진용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한 번도 열지 않던 패션쇼도 이번 시즌부터 뉴욕 패션위크를 시작으로 개시한다. 또 뉴욕 매디슨 가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영국 배우 이완 맥그리거를 앞세워 100만 달러 이상이 드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뉴욕 패션계를 움직이는 또 다른 숨은 빅 브러더로 일본 기업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뉴욕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브랜드 뒤에는 반드시 일본 기업이 존재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흔히 ‘세컨드 브랜드’로 불리며 기존 라인 대비 30∼40% 저렴한 ‘디퓨전 브랜드’를 선보인 톰 브라운은 ‘아메리칸 스타일’을 표방하지만 사실은 일본 그룹 소속이다.

데님과 염색으로 유명한 오카야마 현을 본사로 둔 의류회사 크로스 컴퍼니가 그 주인공. 또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로 유명한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럭셔리 브랜드 담당 자회사 LTH를 설립해 헬무트랭, 티어리 등을 사들여 선전하고 있다. 디자이너 올리비에 테스켄스와 컬레버레이션을 진행한 ‘테스켄스 티어리’는 패션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국계 브랜드 ‘Doo.Ri’ 매각

유럽 패션계를 대표하는 유명 브랜드의 이름 뒤에도 일본의 거대 의류기업, 온워드가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최대 의류기업 온워드 역시 자회사인 지보를 통해 2009년 질샌더를 매입했다. 현재도 이 자회사를 통해 존 갈리아노, 폴 스미스, 마이클 코어스 같은 브랜드에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뉴욕 패션을 주무르는 큰손 중에는 여전히 미국 회사도 많다. 가장 뉴욕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캘빈클라인과 토미힐피거를 소유한 PVH나 대중 친화적인 브랜드들인 노티카, 7 포 올 맨카인드, 노스페이스, 팀버랜드, 랭글러, 키플링, 밴즈, 이스트팩 등을 보유한 VP도 패션계의 숨은 빅 브러더다.

최근 한국계 디자이너로 뉴욕 패션계에서 이름이 높던 두리 정이 자신의 브랜드 ‘Doo.Ri’를 매각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지난 시즌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와의 컬레버레이션으로 다시 한 번 큰 주목을 받고 있던 그가 패션엔 문외한으로 알려진 부동산 관련 기업에 브랜드를 넘겼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일을 완전히 그만둔 것은 아니고, 새로운 계획을 위해 잠시 손을 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뉴욕패션위크의 신성들로 불리는 알투자라와 프라발 구룽 등에 투자 중인 한 인도 회사가 벌써 그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런 소식들을 듣다 보면 ‘한국 기업들도 다양한 해외 패션 브랜드에 투자해 봐도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국 디자이너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키우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이미 유명한 브랜드들의 실소유주가 돼 이 브랜드를 운용해 보는 경험도 한국 패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언젠가는 한국 기업도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의 숨은 ‘빅 브러더’가 되길 기대해 본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패션#LVMH#PPR#라벨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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