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설문대할망 흘린 땀 한방울 한라산 백록담이 됐다는데…

  • Array
  • 입력 2012년 9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우리 신화로 만나는 처음 세상 이야기/서정오 글·허구 그림
124쪽·1만2000원·토토북

토토북 제공
토토북 제공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은 술술 꿰지만 우리 신화를 떠올리면 단군, 해모수, 박혁거세 정도까지 읊고는 머뭇거리기 일쑤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퇴직한 저자는 “신화를 아는 일은 겨레의 혼을 찾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다채롭고 풍성한 우리 신화의 이야기보따리를 풀면 선조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았는지, 이웃과 어떤 모습으로 어울려 살아왔는지, 무엇을 꿈꾸고 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의 바탕과 뿌리를 비추는 신화 여덟 편을 골라 담았다.

아주 먼 옛날, 밤과 낮, 물과 불도 없고 하늘과 땅도 서로 붙어 한 덩어리였을 때, 미륵님이 하늘을 떼어 위로 둥글게 펼치고 땅의 네 귀퉁이에 큰 구리 기둥을 세워 하늘을 받치니 비로소 세상이 열렸다. 미륵님은 높은 산에 올라가 땅에 사람이 살게 해 달라고 빌었다. 하늘에서 작은 벌레 열 마리가 나풀나풀 내려오더니 금 쟁반에 다섯 마리, 은 쟁반에 다섯 마리가 떨어졌다. 금 벌레는 남자가, 은 벌레는 여자가 됐다.

거인에다 힘도 장사인 마고할미는 산천을 만들었다. 평평한 데를 다니면서 손으로 죽죽 그으면 흙이 쌓인 곳은 산이 되고 흙이 팬 곳은 골짜기가 됐다. 오줌을 누면 강이 됐고, 움푹 팬 곳에 물이 고이면 호수가 됐다. 금강산도 마고할미가 만들었는데, 방귀바람에 바위가 깎인 곳은 절벽이 됐고 장난 삼아 손가락으로 푹푹 찌른 곳은 동굴이 됐다. 마고할미는 제주도로 건너가서 설문대할망이 됐다. 치마폭에 흙을 담아 쏟아 부어서 만든 것이 한라산. 다 만들고 땀 한 방울 똑 떨어진 것이 백록담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은 아기를 얻으려면 삼신에게 정성으로 빌고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삼신할멈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지만, 옥황상제가 내려 보냈다는 생불아기도 인간 세상에서 아기 낳고 기르는 일을 가르쳤다. 생불아기는 오방색으로 꽃을 키워 꽃이 가리키는 대로 아기를 점지했다. 동쪽의 푸른 꽃은 사내 아기, 서쪽의 흰 꽃은 여자 아기, 남쪽 붉은 꽃은 아이가 오래 살게 했고 북쪽 검은 꽃은 아기의 명이 짧으며, 가운데 노란 꽃은 아기가 귀하게 되도록 했다.

구어체를 바탕으로 우리말의 리듬을 한껏 살린 본문이 흥겹게 읽힌다. 시우쇠(불에 달궈 단단하게 만든 쇠붙이), 차사(중요한 임무를 위해 보내던 벼슬아치), 구메밥(구멍으로 몰래주는 밥) 등 낯선 단어는 책장 아래에 따로 설명을 붙여놓았다. 저자는 “신화를 읽은 뒤 ‘이것이 사실일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심각하게 공부하려 하기보다는 편하게 즐기는 쪽이 슬기롭다”고 조언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어린이 책#우리 신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