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 초벌 번역 완료 ‘조선의 브리태니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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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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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조들의 2만8000가지 지혜 담아… 해설책 20일 출간

10년간 매달린 끝에 ‘임원경제지’ 초벌 번역을 끝내고 개관서 ‘임원경제지-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을 펴낸 임원경제연구소 회원들과 후원자. 왼쪽부터 임원경제지 번역출판국민후원회 회원인 차우수 씨, 정정기 교열팀장, 민철기 번역팀장, 정명현 소장, 전종욱 의학팀장.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10년간 매달린 끝에 ‘임원경제지’ 초벌 번역을 끝내고 개관서 ‘임원경제지-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을 펴낸 임원경제연구소 회원들과 후원자. 왼쪽부터 임원경제지 번역출판국민후원회 회원인 차우수 씨, 정정기 교열팀장, 민철기 번역팀장, 정명현 소장, 전종욱 의학팀장.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2002년부터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번역해온 임원경제연구소가 초벌 번역을 끝내고 개관서 ‘임원경제지-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을 20일 출간한다.

이 개관서는 서유구의 삶과 사상을 소개하고 임원경제지 113권에 대한 해설과 각 지의 서문 및 세부 목차를 담고 있다. 연구소는 교열과 편집 작업을 마무리한 뒤 2014년 3월경 임원경제지 54책 113권 전권을 55권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출판사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개관서에 이어 전권 출간을 맡는다.

정명현 임원경제연구소장(43)은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원경제지는 2만8000가지가 넘는 당대의 문물 지식을 담은 전통문화 콘텐츠의 보고”라며 “천연재료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나 전통주 빚는 법의 전수를 돕고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원경제지는 학자들 사이에서 ‘조선판 브리태니커’로 불린다. 서유구가 고향인 경기 파주시 장단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며 터득한 실용 지식을 농축수산업, 원예, 요리, 기상, 지리, 의약, 건축, 음악, 서화 등 16개 부문으로 집대성했다. 농사의 전 과정을 담은 본리지(本利志)를 시작으로 조선의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기물과 기술을 다룬 섬용지(贍用志), 조선 음식의 생생한 보고서 정조지(鼎俎志), 문화와 예술 각 분야를 포괄한 유예지(游藝志)와 이운지(怡雲志), 조선 후기 의학을 집대성한 인제지(仁濟志)와 보양지(보養志) 등 전통 지식을 망라했다.

정 소장은 “서울에서 전국 8도에서 열리는 장터까지의 거리가 모두 정확히 기재되어 있고 5000여 개의 의료 처방법도 실렸다. 기재된 설계도와 매뉴얼이 정교해 조선시대의 수차를 그래픽으로 복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대에 도올 서원에서 한학을 공부하며 만난 정 소장, 민철기 번역팀장(41), 정정기 교열팀장(41), 전종욱 의학팀장(42)이 주축이 돼 2002년 번역을 시작했다. 이후 철학 의학 건축학 식품영양학 등 각 분야의 전공자 38명이 충원돼 번역 작업에 매달려 2008년 연구소가 정식으로 설립됐다. 송오현 DYB교육 대표가 2003년 초기 지원금으로 6억 원을, 이후 매달 100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50명이 넘는 개인 후원자들도 번역 작업을 돕고 있다.

임원경제지는 현재 필사본 형태로만 남아있다. 1939년 본보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에서 전질을 필사하는 작업을 보도하면서 최초로 언론에 공개됐다. 연구소는 규장각본, 오사카본, 연세대본, 고려대본 등 4종류의 필사본을 참고했다. 정 소장은 “필사본들과 중국, 일본의 관련 서적들을 참고해 가장 권위 있는 판본을 만드는 정본화 작업이 앞으로 남은 과제”라며 “이를 위해 약 25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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