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무거운 동양고전? 25책의 大海, 한 권으로 헤엄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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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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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 교수의 동양고전이 뭐길래?/신정근 지음
376쪽·1만6500원·동아시아

동양고전의 대표작인 ‘논어’를 쓴 공자. 저자는 공자의 ‘인(仁)’을 ‘사랑’으로 해석했다. 동아시아 제공
동양고전의 대표작인 ‘논어’를 쓴 공자. 저자는 공자의 ‘인(仁)’을 ‘사랑’으로 해석했다. 동아시아 제공
인문학, 더 정확히는 동양고전 열풍이다. 출판계에서는 ‘논어’란 말만 들어가도 책이 팔린다고 한다. ‘한비자’로 인간을 경영하고, ‘논어’로 마케팅을 한다는 책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 이름은 다 들어본(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고전 핵심 명저들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는 이 책은 꽤 매력적이다. 저자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으로 40대 사이에 논어 바람을 일으킨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다.

저자는 동양고전 25책을 팔경(八經), 오서(五書), 십이자(十二子)로 나눠 그 내용을 살폈다. 팔경에는 주역 시경 서경 예기 춘추 악경 이아 효경이, 오서에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소학이, 십이자에는 관자 묵자 노자 장자 순자 손자 한비자 상군서 전국책 공손룡자 양주 추연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양주와 추연은 책이 전해지지 않지만 후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서 다른 저작에 남은 토막글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책마다 10여 장씩 분량을 할애해 저자가 독창적으로 해석한 책의 의미와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예를 들어 ‘주역(周易)’에서는 유일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동아시아에서 주역이 미래를 모르는 사람에게 후회할 일을 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백신, 또는 선택을 주저하는 사람에게 확신을 심어줘 과감하게 베팅하게 하는 가속기 역할을 했다고 읽어냈다. ‘논어(論語)’에서는 공자의 ‘인(仁)’을 ‘사랑’으로 봤다. 직업과 나이, 성별, 국적 등 모든 걸 떠나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것이 인이고, 사람다운 것이며, 바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의 쾌락 본성을 다룬 ‘악경(樂經)’이 실종돼 ‘예기(禮記)’ 속 ‘악기(樂記)’라는 한 편명으로만 남은 사연을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지난해 큰 인기를 끈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비교해 설명한 부분이 흥미롭다. “진시황제는 분서갱유를 실시했고 ‘악경’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실종됐다. … 한제국이 등장한 이후에 ‘악경’은 왜 다른 경처럼 모습을 다시 드러내지 않았을까? 쾌감을 용인하지 않는 시대와 권력 의지를 수호하는 경학자들이 ‘악경’의 발견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코미디를 싫어한 (‘장미의 이름’의) 호르헤처럼 쾌감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학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동양고전 입문서로 권할 만하다. 책들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고, 어떤 사상과 내용을 담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추상적 형태로만 있던 동양고전이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다. 인간의 욕망과 언행을 시로 담아낸 ‘시경(詩經)’에서 ‘혼기가 찬 여성이 가지에 남아 있는 매실 개수를 소재로 자신을 하루 빨리 데려가 달라’고 노래한 ‘매실을 따다’를 읽고는 2000여 년 전 여성에게 강한 공감이 느껴져 피식 웃음이 났다.

저자는 “고전의 높이를 낮추고 무게를 줄여 대중이 고전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 과거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말고 고전을 지금의 현실에 맞게 해석해 그 속에서 개개인의 삶의 방향성과 자세를 찾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사족. 제목에 나오는 ‘뭐길래’는 표준어 대접을 못 받다가 지난해 8월 표준어로 인정됐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책의 향기#인문사회#신정근교수의 동양고전이 뭐길래#동양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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