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짝사랑한 브람스의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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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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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천재성을 발견한 슈만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이야기가 흥미진진한 건 둘 사이에 ‘브람스’ 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잘 알았던 이 셋의 관계는 묘하죠?
브람스는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슈만을 찾아갔고, 브람스의 천재성을 알아본 슈만은 ‘세상을 뒤집어놓을 참다운 사도’, ‘젊은 혈기’ 라는 표현을 쓰며 세상에 알렸습니다. 브람스보다 23살이 많았던 슈만은 당시 유명한 음악가이자 평론가였죠.
그런데, 이렇게 슈만과 클라라를 만난 브람스는 자신보다 14살이 많은 클라라를 평생 마음에 품었고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브람스에게도 몇 번의 연애사건이 있긴 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진 못했죠.
자신의 아내에게 사랑을 품고 있는 이 어린 남자에게 유명한 음악가가 될 수 있는 길을 터 준 슈만. 클라라도 연하의 젊은이가 자신에게 하트를 계속 보내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마음은 사랑과 우정 사이 어디쯤에 있었을까요?


이루어질 수 없어서 더 애틋한~


클라라는 슈만과의 결혼생활 동안 슈만의 작곡 활동을 도우면서 자신의 작품도 남겼고, 연주회도 가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라라가 손을 다쳐 연주회를 취소했는데, 브람스는 “이때다!” 싶어 다른 한 손으로만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부족했는지 창작곡이 아니라 바흐의 작품을 편곡하죠.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중 ‘샤콘느’를 브람스가 ‘왼손을 위한 샤콘느’로 만든 겁니다.
오른손을 다친 마음 속 연인을 위해 왼손만으로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주고, 슈만이 심한 망상에 사로잡혀 라인강에 투신했다 구조돼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클라라를 물심양면으로 돌본 브람스. 대단한 순애보죠? 클라라가 세상을 떠나자 브람스도 급격히 쇠약해져 이듬해 세상을 떠났으니 우정으로 보기에는 안타까운 외사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랑이라는 에너지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의 힘으로 작용하지만, 사랑을 잃었을 때는 큰 상실감으로 생명력을 잃게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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