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젊은 남녀 소리꾼, 수궁가 창법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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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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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호 씨(왼쪽)는 남성적 절제미를 강조한 정광수 바디로, 김소진 씨는 맛깔 나는 강산제 보성소리로 ‘수궁가’를 들려준다. 판소리만들기 자·정가악회 제공
안이호 씨(왼쪽)는 남성적 절제미를 강조한 정광수 바디로, 김소진 씨는 맛깔 나는 강산제 보성소리로 ‘수궁가’를 들려준다. 판소리만들기 자·정가악회 제공
젊은 남녀 소리꾼이 각각 다른 유파의 ‘수궁가’를 완창으로 펼쳐 보인다.

‘판소리만들기 자’의 소리꾼 김소진 씨(24)가 28일 강산제 보성소리 수궁가를, 정가악회의 소리꾼 안이호 씨(32)가 29일 정광수 바디(한 마당 전부를 특정 명창이 전승하여 다듬은 소리) 수궁가를 부른다. 두 공연 모두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안 씨는 생애 첫 완창 판소리 무대다. 정가악회 소속인 그는 지난해 초 판소리만들기 자를 이끄는 소리꾼 이자람 씨에게 ‘완창 비법’을 물었다. 이를 계기로 두 단체가 의기투합했고, 첫 번째 공동 기획공연으로 두 가지 색깔의 수궁가를 올리게 됐다.

그는 “학교(서울대 국악과) 선배인 자람 누나가 ‘처음 완창을 한다고 예쁘게 봐주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겁을 줬다.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어서 만들어진 판소리의 변화무쌍한 맛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서울대 국악과 후배인 김 씨는 3개월 전부터 스승인 윤진철 명창이 머무는 전남 화순에서 소리를 갈고닦고 있다. 24일 그는 “정광수 바디는 선이 굵고 네 마디 장단으로 탁탁 끊으면서 절도 있게 치는 소리가 일품이고, 강산제 보성소리는 여성스러우면서도 너무 여성스럽지는 않은, 맛깔 나는 시김새(양악의 꾸밈음 격)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강산제 보성소리 수궁가는 완창에 약 3시간, 정광수 바디 수궁가는 4시간가량이 걸린다. 강산제는 조선 후기 명창 박유전(1835∼1906)이 애조가 많고 소리 끝이 긴 서편제에 동편제의 웅건한 맛과 중고제의 분명한 성조를 가미해 만든 창법이다. 이를 정응민(1894∼1961)이 좀 더 남성적으로 재창조해 강산제 보성소리를 만들었다. 박유전이 임금 앞에 서는 ‘어전 광대’였기에 강산제 판소리는 절제된 품격과 기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광수 명창(1909∼2003)은 동편제 유성준 명창(1874∼1949)이 다듬은 수궁가를 뼈대로 삼아 어릴 적 배운 서편제 수궁가와 정응민에게 배운 보성소리 수궁가를 더해 또 다른 수궁가를 만들었다.

판소리만들기 자와 정가악회 모두 서양 고전을 현대적 판소리 작품으로 무대화해 왔다. 두 소리꾼도 그에 걸맞게 소리는 옛것을 지키되 현대의 관객이 한껏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다. 프로그램 북에 가사도 싣는다. 김 씨는 “사설도 관객에게 말을 건네듯 표현하고 발림도 더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석 2만 원. 판소리만들기 자 070-8699-5113, 정가악회 02-583-9979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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