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02>孔子曰君薨커든 청어총재하나니 철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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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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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라 세자는 부형과 백관들의 반대에 부닥쳐 삼년상을 치르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然友(연우)를 통해 맹자에게 다시 조언을 구했다. 맹자는 다른 사람에게 요구해서는 안 되며 세자 자신이 率先(솔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공자의 말을 인용했다.

맹자가 인용한 공자의 말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여기서는 주자(주희)의 설을 따라 이번 회의 문장과 다음 회의 대부분을 모두 공자의 말씀으로 보기로 한다. 다만 이번 문장 가운데 ‘논어’에 나오는 글은 ‘君薨커든 聽於총宰하니라’라는 구절뿐이다. 어떤 사람은 ‘君薨’부터 ‘莫敢不哀’까지만 공자의 말씀이고, ‘先之也’부터 다음 회의 내용을 전부 맹자의 말로 보기도 한다.

薨(훙)은 왕의 죽음을 말한다. 聽於총宰는 ‘논어’ ‘憲問(헌문)’편에, 세자가 정사를 총재에게 위임해서 백관들이 총재에게서 명령을 듣는다는 뜻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혹자는 聽을 ‘맡긴다’는 뜻으로 보아, 이 구절을 ‘세자가 정사를 총재에게 맡긴다’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총宰는 六卿(육경)의 우두머리로 천자를 보필하여 정무를 집행하는 자를 말한다. 당시에는 제후들도 家臣의 우두머리를 총재라고 한 듯하다. 철粥(철죽)은 묽은 죽을 마시는 것이다. 面深墨은 슬픔에 잠겨 장식이나 화장을 하지 않아 안색이 흙빛으로 된 것을 말한다. 深은 ‘대단히’, 墨은 ‘검다’는 뜻이다. 卽位는 哭하기 위해 정해진 자리에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百官은 조정의 모든 관료, 有司는 해당 임무를 맡은 관리를 말하는데, 百官有司라고 하면 관직에 있는 모든 사람을 통칭한다. 先之也는 세자 자신이 솔선하여 哀悼(애도)한 것이라는 말이다.

비단 國喪(국상)에서만 그러겠는가. 지도자라면 예법과 정의를 率先하여 실천해야 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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