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가 빼돌렸던 ‘조선의 얼’ 이충무공 전서-퇴계언행록 ‘모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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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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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약탈도서 1200권 귀환

모진 세월을 건너… 조선왕실의궤 100년 만에 돌아왔다 일제강점기에 반출돼 일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0권이 6일 환영 의전 행사 속에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로 들어오고 있다. 초대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1906∼1909년 반출해 간 도서는 105년,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으로 반출해 간 도서는 89년 만의 귀향이다. 당시 일제는 한일 관계 조사 자료로 쓰겠다는 명분을 들어 우리 문화재를 빼돌렸다. ‘조선의 얼’이 담긴 도서들이 드디어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모진 세월을 건너… 조선왕실의궤 100년 만에 돌아왔다 일제강점기에 반출돼 일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0권이 6일 환영 의전 행사 속에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로 들어오고 있다. 초대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1906∼1909년 반출해 간 도서는 105년,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으로 반출해 간 도서는 89년 만의 귀향이다. 당시 일제는 한일 관계 조사 자료로 쓰겠다는 명분을 들어 우리 문화재를 빼돌렸다. ‘조선의 얼’이 담긴 도서들이 드디어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일제강점기에 반출돼 일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던 도서 1200권이 10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본 도쿄(東京) 나리타(成田)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 702편이 6일 오후 3시 14분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컨테이너 두 개의 하역작업이 시작됐다. 두 개의 박스에 담긴 책은 1차분 600권. 화물계류장을 빠져나온 컨테이너는 화물게이트 6번 앞에 마련된 임시무대 중앙에 자리했다.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 취타대의 전통음악이 장중하게 울려 퍼졌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6일 고국으로 돌아온 도서 1200권 가운데 하나인 ‘이충무공 전서’(왼쪽)와 ‘퇴계언행록’. 문화재청 제공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6일 고국으로 돌아온 도서 1200권 가운데 하나인 ‘이충무공 전서’(왼쪽)와 ‘퇴계언행록’. 문화재청 제공
도서가 단상에 안치되자 조선시대 궁중음악 ‘수제천’이 연주되는 가운데 전통의장대장이 도서의 안착을 보고했다. 이어 김찬 문화재청장과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로부터 도서를 인계받았다. 영접행사가 열리는 도중인 오후 4시 15분엔 대한항공 704편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컨테이너 두 개로 2차분 반환도서 600권을 운송해 왔다. 영접행사가 끝나고 도서 1200권은 무진동 차량에 실려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들 도서의 귀환은 1998년 문화재청이 궁내청 도서 현지조사를 시작한 지 13년,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가 2006년 의궤 반환운동을 시작한 지 5년 만의 결실이다. 김 청장은 “이번에 돌아온 도서들은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재로,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 조사를 통해 그 의미와 가치를 국민들께 널리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일도서협정에 따라 일본이 반환하기로 약속했던 조선왕조 도서는 모두 1205권. 이 가운데 5권은 10월 19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총리가 한일정상회담 때 반환했고 나머지 1200권이 이번에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1205권은 조선왕조 의궤가 81종 167권, 초대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반출해간 도서 66종 938권을 비롯해 ‘증보문헌비고’ 2종 99권. ‘대전회통’ 한 권이다. 이토는 1906∼1909년 한일 관계 조사자료로 쓰겠다는 명분으로 규장각 소장본 33종 563권과 통감부 수집본 44종 465권 등 77종 1028권을 일본으로 반출해갔다. 이 중 11종 90권은 1965년 한일문화재협정에 따라 반환됐으며 ‘이충무공전서’ ‘퇴계언행록’ 등 나머지 66종 938권이 이날 반환됐다. 이토가 반출해간 도서 가운데 ‘국조통기(國朝通紀)’ ‘무신사적(戊申事績)’ ‘갑오군정실기(甲午軍政實記)’ ‘강연설화(講筵說話)’ ‘청구만집(靑邱漫輯)’ 등 5종 107권은 국내에 없는 유일본으로 추정된다.

의궤 81종 167권 가운데 80종 163권은 1922년 5월 조선총독부가 기증하는 형식으로 반출해간 것이다. 나머지 1종(‘진찬의궤’) 4권은 일본 궁내청이 자체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묘 정전에서 환수 고유제를 개최하고 12월 중 일부 의궤가 원래 보관됐던 강원 평창군 월정사 오대산사고에서 2차 환수고유제를 열기로 했다. 이어 27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귀환 도서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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