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79>尹士聞之하고 曰士는 誠小人也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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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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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에서는 뛰어난 비유를 사용해 왕도정치의 이상을 제시하고 인간의 본성을 논한 대목도 훌륭하지만 이 대목도 매우 좋다. 맹자의 행동에 반감을 지녔던 사람이 맹자의 변론을 듣고 단번에 ‘나는 정말로 소인이다’라고 自認(자인)하는 것이 깊은 감명을 주기 때문이다. 후대의 학자들로부터 水晶(수정)과 같아 圭角(규각)이 있다고 비난을 받은 맹자이지만 언설로 남을 설득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는 제나라 사람 尹士가 자신의 과오를 자인한 것이다. 언설과 언설이 맞부딪히면 마음으로 承服(승복)하는 것이 없었던 것은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나의 논리를 버리고 남의 것을 받아들인 尹士의 태도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公孫丑(공손추)·하’ 제12장은 맹자가 客卿(객경)으로 있던 제나라를 떠나려고 晝(주) 읍에 사흘간 머물다가 나가자 제나라 사람 尹士가 맹자의 태도를 비난하고, 이에 맹자가 자신의 태도를 변론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윤사는 제나라 왕이 성군처럼 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맹자가 그 사실을 모를 만큼 어리석거나 아니면 왕의 은택을 입으려 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또 맹자가 왕과 뜻이 맞지 않아 떠나려 했다면 주 땅에 사흘이나 머물 필요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맹자는 자신이 멀리 제나라에까지 온 것은 올바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였고, 제나라를 떠나게 된 것은 不得已(부득이)해서였다고 변론했으며, 사흘간 머문 것은 왕이 태도를 바꾸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맹자와 윤사의 논변은 대면하여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윤사의 말을 맹자의 제자 高子가 옮겼으니 맹자의 말도 高子가 옮겼을 것이다. 그런데 맹자의 변론을 듣고 윤사는 자신이 소인배였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誠은 부사로, ‘진실로, 정말로’라는 뜻을 나타낸다.

주자(주희)는 이 章(장)에, 성현이 도를 행하고 세상을 구제하려는 본심과 군주를 사랑하고 백성에게 은택을 입히려고 연연해하는 뜻이 드러나 있다고 했다. 李郁(이욱)이란 학자는 이 장에서, 세상이 나빠져 근심스러우면 군자가 벼슬에서 물러나는 실정을 볼 수 있고 또 세상을 잊는 데 果斷(과단)한 것을 배격하는 뜻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세상이 나빠지면 벼슬에서 물러나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과감하게 잊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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