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70>曰坐하라 我明語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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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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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 왕이 올바른 정치를 실행하지 않자 제나라 도성을 떠나 晝(주) 땅에 묵었다. 이때 제나라 왕의 한 측근이 찾아와 제나라 왕을 위해 맹자를 만류하려고 했다. 그 사람은, 자기는 단정하게 앉아서 말을 하는데도 맹자가 隱궤(은궤·안석에 기댐)하여 누운 채 응대하지를 않자 불쾌해 하면서 ‘다시는 감히 뵙지 말아야 하겠습니다’라고 항의했다. 맹자는 그 사람을 다시 불러 앉히고, 권력자의 無禮(무례)함을 비판하기 위해 옛 사람의 일화와 지금의 일을 비교하여 생각해 보도록 했다.

坐는 명령의 어조를 나타내는 조사가 없으나 명령의 뜻을 나타낸다. 我明語子의 我는 맹자 자신을, 子는 찾아온 손님을 가리킨다. 魯繆公(노목공)은 노나라 군주로서 죽은 뒤 목공이라는 시호를 갖게 된 왕을 말한다. 繆은 穆과 통한다. 子思는 공자의 손자다. ‘중용’의 중심 사상을 설파한 인물이다. 無人乎∼는 ‘∼에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不能安子思는 만일 자사의 곁에 사람이 있어 목공 자신의 속내를 전해주지 않는다면, 자사를 편안하게 해서 만류할 수가 없으리라 여겼다는 뜻이다. 泄柳(설류)와 申詳(신상)은 노나라의 어진 이다. 신상은 공자의 제자 子張의 아들이라고 한다. 不能安其身은 만일 목공의 곁에 어진 이를 예우하는 방도를 조언할 만한 사람이 없으면 두 사람은 몸을 편안히 지녀 노나라에 머물 수 없으리라 여겼다는 뜻이다.

노나라 목공은 현명한 군주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더라도 자사 같은 어진 이를 존경해서 항상 사람을 시켜 곁에서 모시게 하여 자신의 성의를 전달했다. 그렇거늘 제나라 왕은 맹자가 떠나가는 것만 애석하게 여기고 맹자에게 적절한 예우를 하지 않았다. 맹자는 그 때문에 노여워한 것이다. 당나라 현종 때 문무백관들이 다투어 楊國忠(양국충)에게 빌붙자 張九齡(장구령)은 그들을 向火乞兒(향화걸아·불로 모여드는 거지) 같다고 애처로워했다. 권력자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맹자의 노여움을 기이하게 여길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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