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켜는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 동아일보

나덕성 교수 생애 첫 도전… 피아니스트 신수정씨 협연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한창 연습 중인 첼리스트 나덕성 씨(왼쪽)와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 이들은 “음악에는 지름길이 없다. 음악에 바치는 시간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한창 연습 중인 첼리스트 나덕성 씨(왼쪽)와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 이들은 “음악에는 지름길이 없다. 음악에 바치는 시간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친구들은 “이 나이쯤 됐으면 이제 실컷 놀지, 뭐 하러 그런 힘든 일을 하느냐”고 타박했다. 고희(古稀)에 생전 처음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첼리스트 나덕성 중앙대 명예교수는 한마디로 답한다. “무슨 소리야, 얼마나 재밌는데!”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나 교수는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69·전 서울대 음대 학장)와 베토벤 첼로소나타 3번 3악장을 연습 중이었다. 1890년 이탈리아에서 만든, 30년 지기 조반니 카바니 첼로가 알레그로 비바체(아주 빠르고 생기있게)로 묵직한 저음을 토해냈다.

이번 연주회는 1년 전 신 씨가 나 교수에게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나 교수는 “에너지가 넘치던 젊을 때는 일이 많아 전곡 연주를 좀처럼 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꼭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드디어 이루게 됐다. 학구적이며 야심 찬 도전”이라고 말했다.

연주자는 손에서 한 번 악기를 놓으면 기량을 되찾기가 힘들다. 나 교수도 2005년 신장암으로 한참이나 첼로를 놓았지만 몸이 회복되자 다시 활을 들었다. 그는 “활이 첼로에 착 붙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동년배 첼리스트 가운데 여전히 무대에 서는 이는 그가 유일하다.

베토벤은 모두 5곡의 첼로소나타를 작곡했는데 후기에 작곡한 4, 5번은 청력을 잃고 영감만으로 쓴 작품이라 난해하다 못해 ‘거북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연주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신 씨는 “까다롭지만 연주하다 보면 그 선율에 우주가 숨어 있다는 느낌이 솟아오른다”고 말했다.

1번은 콘서트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은 곡이다. 첼로소나타지만 피아노와 첼로의 비중이 7 대 3으로 피아노에 더 무게가 쏠려 있어서다. 첼리스트로선 첼로가 주가 아니라서 외면하기 쉽고, 피아니스트로선 힘은 크게 쏟으면서 들러리에 그치는 기분을 갖기 쉽다. 나 교수와 신 씨 모두 연주회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은 처음. 나 교수는 “새로 배우는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다”며 웃었다.

원래는 한 무대에서 5곡을 한 번에 다 연주하기로 계획했지만 체력의 한계에 부닥쳐 두 번에 나눠서 하기로 했다. 9월부터 매주 한 차례 만나 리허설을 계속해오고 있다. 연주회는 11월 6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2월 18일 오후 8시 모차르트홀에서 열린다. 12월 연주회 때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가세해 베토벤 피아노 3중주 4번을 협연한다. 전석 3만 원. 02-2273-4455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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