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비디오아트도 맞춤지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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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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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미국 간 문화교류를 지원하는 미국 ACC의 랠프 새뮤얼슨 수석고문. 그는 1960년대 말 일본 도쿄에서 일본 전통 목관악기 샤쿠하치를 배워 지금도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 제공
아시아와 미국 간 문화교류를 지원하는 미국 ACC의 랠프 새뮤얼슨 수석고문. 그는 1960년대 말 일본 도쿄에서 일본 전통 목관악기 샤쿠하치를 배워 지금도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 제공
■ 아시아-美 문화교류 지원기구 ACC 랠프 새뮤얼슨 수석고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무용가 홍신자, 미술사학자 강우방….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시절 미국 ACC(Asian Cultural Council)의 지원을 받았던 문화계 인물들이다.

ACC는 1963년 존 록펠러 3세가 아시아와 미국 간 문화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창립한 비영리기구. 재단과 기업, 개인의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ACC는 40여 년간 아시아와 미국의 예술가, 학자, 예술 분야 전문가 5000여 명을 지원해 왔다. 한국인으로는 미술가 김환기 윤명로 김창렬 씨, 미술사학자 안휘준 씨, 고고학자 최몽룡 씨 등 150여 명이 지원을 받았다.

서울예술대학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랠프 새뮤얼슨 ACC 수석고문(65)을 27일 만났다. 새뮤얼슨 고문은 1970년대부터 ACC에서 일하며 문화교류 현장을 지켜봤다. 그는 1991년부터 2008년까지 사무총장을 지낸 뒤 수석고문으로 ACC의 전반적인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록펠러 3세는 예술가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마음을 열고 새로운 이해와 경험을 나누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예술의 힘을 믿었기에 ACC가 탄생했죠. 미국에서의 창의적 활동과 인맥 형성,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예술가에게 비전이 생기고, 그가 다시 모국에 돌아가 그 꿈을 이루는 것. 그게 ACC의 바람입니다.”

ACC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까지 광범위한 아시아지역의 예술인들이 미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도록 지원한다. 미국 예술가들도 아시아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새뮤얼슨 고문은 ACC의 특징으로 ‘예술 분야와 개인만 지원하며 금전적 지원 외 예술가별 맞춤 가이드를 해 주는 것’을 꼽았다.

비디오아트의 대명사인 백남준은 ACC 덕택에 첫 비디오캠코더를 얻었다. 1965년 비디오캠코더가 발명돼 처음 판매된 그날, ACC의 후원으로 뉴욕에서 가장 처음 이 신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 그 뒤 비디오캠코더는 백남준 예술의 폭을 크게 확대했다. 그는 1974년엔 이 단체의 후원으로 쓴 논문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기획’에서 전자 초고속도로(일렉트로닉 슈퍼 하이웨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강우방 씨는 1980년대 초반 젊은 큐레이터 시절 ACC의 지원을 받았다. 그는 미국 내 컬렉션에 속한 한국과 중국의 불상을 연구하고 싶어 했다. ACC는 박물관, 갤러리를 비롯해 개인 컬렉션까지 뒤져 작품 리스트를 뽑아주고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강 씨는 “ACC가 아니었더라면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덕분에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귀국한 뒤에도 ‘미국에서 연수할 인재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등 꾸준히 연락을 이어갔다”고 회고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문화교류 양상도 변하고 있다. 20세기 아시아 예술가들은 미국 체류 가 끝난 뒤에 다시 모국으로 돌아가기를 꺼렸는데 지금은 즐겁게 돌아간다는 것.

“예전에 중국 예술가들은 대부분 귀국하지 않으려고 했죠.(웃음) 최근에는 아시아인들이 미국에서만 공부하려 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은 지난 40년간 예술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죠. 다른 아시아 국가와 교류하고자 하는 예술가가 많아 아시아와 아시아 국가간 교류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새뮤얼슨 고문도 스스로 문화교류를 체험했다. 1970년대 초 일본 도쿄에서 일본 전통 목관악기인 샤쿠하치를 배웠고, 지금도 샤쿠하치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그에게 문화교류를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고 하자 잠시 고민하더니 “오프닝(opening·문 열기)”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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