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47>吾聞之也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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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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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모친의 상에 훌륭한 棺材(관재)를 사용했다. 이 때문에 다른 학파의 학자들이 맹자를 비난했다. 장례를 도왔던 제자 充虞(충우)도 맹자가 사용한 棺材가 지나치게 아름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맹자는 망자의 살갗이 흙에 닿는다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정한 두께의 관곽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맹자는, 설령 내가 값싼 관재를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 그 돈으로 다른 많은 사람도 관재를 쓸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吾聞之也는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로, 之는 그 아래의 문장을 가리킨다. 군자는 덕이 있는 사람 혹은 일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不以天下儉其親은 천하 때문에 그 어버이에게 儉薄(검박)하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천하 때문에’란 ‘천하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관재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유 때문에’라는 뜻이다.

‘논어’ ‘八佾(팔일)’ 편에 보면 魯(노)나라의 林放(임방)이 禮의 근본에 대해 묻자 공자는 ‘禮與其奢也寧儉(예여기사야영검)이오 喪與其易也寧戚(상여기이야영척)이니라’고 했다. ‘예는 외관상 성대하게 거행하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 낫고, 상례는 형식적으로 잘 치르기보다는 차라리 진정으로 슬퍼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맹자의 말은 공자의 말과 모순되는 듯도 하다. 하지만 맹자는 부모의 상례를 형식적으로 잘 치러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법령에 抵觸(저촉)되지 않고 재물이 許容(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부모의 喪事를 극진히 치러 슬픔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려고 하는 것이 常情(상정)임을 일깨운 것이다.

정조대왕은 재위 13년에 부친(사도세자)의 새 園寢(원침)을 화성(수원)에 쓰면서 석상을 설치하여 극히 아름답게 꾸몄다. 이때 정조는 “천하를 위하여 어버이에게 검박하게 하지 않는다는 말은 聖人의 교훈이니, 나도 어버이 喪에 온 정성을 다하는 도리를 다하여 이 일에 극진함을 다하는 정성을 쏟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民力을 괴롭게 하고 경비를 많이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면 극진히 아름답게 하여 나의 영원한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려고 한다”고 하여 백성들을 마구 동원하지도 않고 경비를 낭비하지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조의 이 말은 맹자의 본뜻을 잘 체득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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