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 장군 벼슬 ‘달솔’이 한일고대史 열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日 고대국 大倭 순회 감찰했던
‘대솔’의 다른 명칭” 주장 나와

MBC 월화드라마 ‘계백’의 타이틀롤인 백제의 마지막 충신 계백의 관직은? 달솔(達率)이다. 달솔은 백제의 16관등 중에서 가장 높은 벼슬인 좌평(佐平) 다음의 두 번째 관등으로, 지방관직 중에는 최고위직이다. 드라마 속 백제 ‘삼충신’ 중 성충과 흥수는 좌평이었고 계백은 달솔이었다.

외교관 출신의 소진철 원광대 객원교수가 최근 이 달솔이란 관직명에 대해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백산학보 최신호에 실린 ‘일본의 고대국가 대왜(大倭)의 뿌리는 한(韓)’이란 논문이다. 논문에서 소 교수는 중국 사서에 등장하는 대솔(大率)이란 관직명에 주목하며 이를 토대로 일본의 고대국가 ‘대왜’를 한반도에서 파견한 관헌이 통치했다고 설명했다.

달솔은 삼국사기(1145년)에 등장하는데 중국 사서인 수서(隋書·636년)나 책부원구(冊府元龜·1012년)에는 대솔(大率)로 표기돼 있다. 그런데 이 대솔은 백제의 관직제도를 정립했다고 전해지는 고이왕(재위 234∼286년) 이전에도 등장한다. 5세기에 집필된 후한서(後漢書) 동이열전에는 삼한(三韓·마한 진한 변한) 중 하나인 마한에 대해 “대솔은 모두(皆) 머리를 동여 상투를 틀고 베로 만든 도포를 입고 풀로 만든 신을 신는다”라고 소개한 구절이 나온다. 소 교수는 일본학계와 국내 학자들이 여기서 대솔을 명사가 아닌 ‘대개’라는 부사로 풀어서 ‘마한 사람은 대개’로 해석해 왔는데 그 다음에 바로 부사인 모두 개(皆)가 등장하기 때문에 이는 부사가 아닌 명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3세기 진수가 편찬한 삼국지 위지 왜인전에는 히미코(卑彌呼)라는 여왕이 다스리던 30여 소국(小國)의 연합체로서 ‘대왜’를 설명하면서 “여왕국 북쪽에 한 대솔(一大率)이 있어 각국을 감찰하기에 각국은 그를 몹시 두려워한다. 그는 이도국(伊都國)에 상주하며 자사(刺史)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자사는 한나라 때 지방을 순찰하면서 감찰 업무를 수행한 벼슬명이다.

기존 학계에선 여기 등장하는 일대솔을 ‘한 기관’으로 풀이해 왔다. 소 교수는 대솔 또는 달솔이라는 관직명이 중국과 일본에는 없고 마한과 백제에만 존재했다는 점을 들어 대솔이나 달솔은 삼한을 통솔한 진왕(辰王)이 파견한 관헌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한서 동이열전에도 ‘삼한 지역에서 마한이 제일 큰 나라로 그 종족 중에서 사람을 뽑아 진왕을 세우는데, 그가 삼한 지역을 통솔한다’는 구절이 있다. 중국 뤄양에서 발굴된 부여항(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의 태자)의 묘지명에도 부여항이 진나라 사람(辰朝人)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