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13>得道者는 多助하고…

  • Array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맹자는 예부터 전해오는 말을 인용해서 백성을 보호하고 국가를 보존하며 국가의 자주권을 지키려면 국경과 지리와 군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의 발전이든 전쟁의 승리이든 어느 경우나 天時(천시)와 地利(지리)와 人和(인화)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되, 天時는 地利만 못하고 地利는 人和만 못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맹자는 道, 즉 仁義(인의)의 가치를 지켜 나가는 사람만이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게 되고, 마침내 천하 사람들이 그에게 歸順(귀순)하리라고 했다.

得道者와 失道者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다. 得道者는 仁義의 도를 體得(체득)해서 실행하는 자, 失道者는 仁義의 도를 잃어버린 자다. 多助는 도와주는 사람이 많음, 寡助는 도와주는 사람이 적음이다. 寡助之至는 ‘도와주는 사람이 적은 상황이 극단에 이르게 되면’이라는 뜻이다. 多助之至란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 극단에 이르게 되면’이라는 뜻이다. 親戚畔之는 가까운 친척조차도 배반한다는 말로, 畔은 背叛(배반)의 叛과 같다. 天下順之는 천하 사람들이 歸順한다는 말이다.

한문 고전에 ‘百足之蟲(백족지충)은 至死不강(지사불강)이라’는 말이 있다. 百足은 발이 많은 노래기 또는 지네를 가리킨다. 노래기나 지네는 발이 많아서 죽어도 엎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다리 백 개의 벌레는 죽더라도 풀썩 엎어지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위나라 조경(曹경)의 ‘육대론(六代論)’에서는 권력을 떠받쳐주는 사람이 많은 것을 두고 이 말을 했다. 하지만 조선 중종 초에 臺諫(대간·사헌부와 사간원)은 柳子光(유자광)을 극형에 처할 것을 청하면서 유자광이 소인배들과 어울려 큰 세력을 이룬 것을 두고 이 말을 했다.

도를 얻은 자에게 도와주는 이가 많은 것은 정의의 관념 없이 이익 때문에 패거리를 지어 세력을 이룬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간혹 있는 듯하다. 啞然(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