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문화리더’ 중인을 만난다

  • Array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역사박물관 웃대중인展

옥계시사 동인들은 풍류와 시를 즐겼다. 시회첩 ‘옥계십이승첩’ 중 ‘설리대적’.
옥계시사 동인들은 풍류와 시를 즐겼다. 시회첩 ‘옥계십이승첩’ 중 ‘설리대적’.
서울 경복궁 서쪽과 인왕산 동쪽 사이 서촌은 조선시대 중인이 많이 살던 곳이다. 당시에는 청계천 위쪽이라고 해서 ‘웃대’라고 불렀다. 양반과 평민 사이에 놓이는 중인은 역관 의관 율관 음양관 산관 화원 등 전문직에 종사했다. 요즘으로 치면 통역사 의사 법관 천문학자 화가다. 웃대에서 활동한 중인으로는 말(馬)을 치료하다가 임금을 치료하는 어의로 발탁된 백광현, 청렴하고 강직했던 호조서리 김수팽, 일본에서 ‘시선(詩仙)’으로 추앙받은 역관 이언진 등이 있었다.

중인들은 전문지식과 교양, 부를 갖추고 문학 예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일으킨 ‘문화 리더’였던 셈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옥계시사를 비롯한 조선 후기 중인들의 웃대 문화를 조명하는 전시 ‘웃대중인’전을 9월 18일까지 연다. 옥계시사가 펴낸 시집 등 옛 문헌, 웃대의 위치와 풍경을 담은 옛 지도와 그림, 중인들의 신분과 직업을 보여주는 기록과 유물 등 100여 점을 한데 모았다.

중인들은 세월이 지나도 자신들이 쓴 시가 잊혀지지 않도록 돈을 모아 1737년 첫 공동시집인 ‘소대풍요(昭代風謠)’를 펴냈다. 이후 1797년 ‘풍요속선(風謠續選)’과 1857년 ‘풍요삼선(風謠三選)’이 나와 중인문학 발전에 기여했다.

옥계시사 동인들은 계절에 따라 풍류를 즐기며 시를 짓고 놀았다. 이들의 시회첩인 ‘옥계십이승첩(玉溪十二勝帖)’에는 인왕산 기슭에서 열린 시 모임, 다리 밟으며 달구경하는 장면이 그림으로 남아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