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콩쿠르 잇단 두각, 금호 영재 프로그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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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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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통해 실력 쑥쑥… “관객과의 교감도 배워요”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폐막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음악가 5명이 상위권에 입상한 것을 계기로 ‘금호 영재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남자 성악 부문 1위인 박종민 씨(25)를 제외한 여자 성악 1위 서선영(27), 피아노 2위 손열음(25)과 3위 조성진(17), 바이올린 3위 이지혜 씨(25) 등 4명이 모두 금호 영재 출신이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998년부터 클래식 영재를 발굴하고 키워내기 위해 연간 20억 원을 들여 ‘금호 영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3년간 이곳을 거쳐 간 클래식 영재는 1000명이 넘는다.》

왼쪽부터 1998년 열두 살의 나이로 금호영재콘서트에 올랐던 손열음 씨, 2006년 5월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추모식에서 연주하고 있는 당시 열두 살 동갑내기 피아노 영재 손아진 양과 조성진 군.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 무대에 선 열 살의 김정은 양.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왼쪽부터 1998년 열두 살의 나이로 금호영재콘서트에 올랐던 손열음 씨, 2006년 5월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추모식에서 연주하고 있는 당시 열두 살 동갑내기 피아노 영재 손아진 양과 조성진 군.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 무대에 선 열 살의 김정은 양.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1998년 열세 살의 나이로 금호영재콘서트 무대에 설 당시의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씨(26).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1998년 열세 살의 나이로 금호영재콘서트 무대에 설 당시의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씨(26).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 “레슨으로 더 배울 것 없으면 무대로”

음악 교육의 두 축은 레슨과 콘서트 무대다. 손열음 씨를 가르친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어느 순간부터는 레슨을 통해 더 배울 것이 없어지는 시기가 온다. 그 후로는 무대를 통해 관객과 호흡하며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밖에 없다”며 무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어린 연주자의 경우 연주 기회를 잡기 힘들뿐더러 직접 무대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독주회 무대로 주로 사용되는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의 경우 1회 공연에 대관료를 포함해 약 1000만 원이 들기 때문에 부모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하지만 금호 영재로 발탁되면 무료로 독주회를 열 수 있다. 금호 영재 대부분은 이를 통해 생애 첫 독주회를 갖는다.

올해 10월 독일 하노버 음대에 입학하는 김정은 양(17·서울예고 1년 중퇴)은 2003년 금호 영재에 발탁돼 이듬해 첫 독주회를 가졌다. 이어 2009년 9월 금호재단의 후원으로 치러진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콩쿠르’에서 27명의 참가자 가운데 대상을 받아 큰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교향악축제에서 대전시향과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것이다. 16세로 그해 최연소 교향악축제 협연자였다.

김 양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라는 큰 무대에 서는 게 무척 영광스러웠고 많은 관객과 교감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며 “국내에선 학생들에게 큰 무대 연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금호 영재가 돼 공연에 서는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차이콥스키 성악 여자 1위인 서선영 씨의 어머니 황동숙 씨(54)는 “선영이가 고교 때부터 여러 대회에서 입상해 상금을 받았지만 정작 독주회를 처음 열어준 것은 금호재단”이라면서 “평범한 부모로서 자식의 독주회를 열어주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 매년 5, 11월 두 차례 오디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금호영재콘서트(중학생 이하),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와 금호영체임버콘서트(고교생∼26세 이하)에 설 음악 영재를 뽑기 위해 오디션을 실시한다. 올 5월 치러진 오디션의 경우 영재콘서트에서는 응시자 81명 중 15명이 합격해 5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영아티스트에는 108명이 지원해 24명이 뽑혔고, 영체임버콘서트엔 6팀이 지원해 3팀이 합격했다.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참가자들의 음악성과 장래성, 1시간 이상의 독주회 가능 여부 등을 살펴 선발한다.

합격이 되면 매주 토요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금호영재콘서트’ 등의 무대에 선다. 이후에도 재단은 국제콩쿠르 입상 시 홍보를 대행해주거나 추가 협연 기회를 제공하는 등 꾸준히 영재들을 관리한다. 1993년부터 과르네리(바이올린), 마치니(첼로) 등 세계적인 명품 고악기를 구입해 무료로 빌려주는 악기은행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총 22점의 악기가 등록돼 있으며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신현수 박지윤, 첼리스트 이상은 원민지 씨 등이 악기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금호 영재가 돼 지원받는 혜택은 적지 않지만 수혜 대상과 폭이 충분치 않다는 아쉬움의 소리도 있다. 신수정 서울대 교수는 “금호 영재 오디션에 가면 합격자가 한정돼 있어 재주 있는 학생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아쉬워했다. 조영미 연세대 교수는 “유럽의 도이체방크 등 유수의 은행이나 미국의 스트라디바리소사이어티 처럼 구미에선 고가의 악기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동시에 다양한 연주 기회도 제공하는 기업과 단체가 많다. 한국에서도 영재들에게 좀 더 많은 경험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호 영재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남윤 한예종 교수는 “금호 영재의 경우 가능성이 있는 새싹을 발굴해 키운다기보다는 이미 실력을 갖춘 영재들을 선발해 연주 기회를 준다는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음대 교수는 “몇 번의 연주 기회를 주고 ‘음악가를 키웠다’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금호 영재 프로그램 같은 기회가 필요하고 여러 가지 바람직한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좋은 음악가를 탄생시키는 요인은 체계적인 레슨을 동반한 꾸준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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