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핫 피플]NBA 챔프전 MVP 더크 노비츠키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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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감각 떨어지면 연습량 두배로… 피땀으로 만든 2만 득점

우승 트로피를 넘겨받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가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였다. 트로피를 손에 쥐고선 이 말을 반복했다. “내게도 이런 순간이 오다니….”

사실 그의 얼굴은 볼이 움푹 파일 만큼 힘겨워 보였다. 바로 이틀 전 39도가 넘는 고열로 고생한 터였다. 하지만 트로피를 들자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한 미소가 나왔다. 이 미소를 본 현지 중계진은 이렇게 말했다. “13년을 기다린 에이스가 짓는 백만 불짜리 미소”라고.

주인공은 ‘독일 병정’ 더크 노비츠키(33)다. 노비츠키가 이끈 댈러스 매버릭스는 13일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105-95로 꺾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였다. 마지막 날 21득점, 11리바운드로 활약한 노비츠키는 챔피언결정전 평균 27득점, 9.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노비츠키는 1998∼1999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13시즌 동안 댈러스에서만 뛰었다. 2006∼2007시즌엔 유럽 선수로는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 자리까지 차지했다. 그럼에도 우승 트로피를 안아보지 못했다. 마음 한구석이 항상 허전했다. 그러다 마침내 꿈을 이뤘다. 2005∼2006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했던 마이애미와의 ‘리턴 매치’에서 설욕하며 팀에 우승을 안겼다. 댈러스는 1980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16일 독일의 대중지 ‘빌트’는 독자 투표로 뽑은 ‘독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스타’ 3위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O₂’는 최근(이번 챔피언결정전이 열리기 전) 독일 태생 NBA 슈퍼스타인 노비츠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노비츠키가 국내 언론사와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출신 선수론 처음으로 NBA에서 2만 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노비츠키는 정규리그 통산 2만2792득점을 기록. 이는 NBA 역대 23위에 해당한다)

“굉장한 영광이다. 이 기록이 NBA 진출을 노리는 다른 국가 출신 선수들에게도 자신감을 줬으면 좋겠다. 난 한 경기에서 슛 성공률이 떨어지면 다음 날 연습에서 훈련량을 두 배로 늘린다. 득점 기록은 내 땀방울을 상징한다. 그래서 더 감격스럽다.”

예전엔 스티브 내시(피닉스 선스)와 손발을 맞췄고, 지금은 제이슨 키드와 뛰고 있다. 두 선수를 비교한다면….

(내시와 키드는 NBA의 정상급 포인트 가드다. 노비츠키는 과거 6시즌 동안 내시와 뛰었고, 키드와는 2007∼2008시즌부터 손발을 맞춰 올 시즌 우승을 이뤄냈다)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손발을 맞춘 것 자체가 나에겐 영광이자 행운이다. 두 선수 모두 볼을 다루는 데 최고다. 동료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잘 안다. 그들이 코트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팀 전체가 화학작용을 일으켜 코트가 뜨거워진다. 코트 안팎에서 가장 친했던 내시가 팀을 떠났을 땐 가슴이 아팠다. 농구만 놓고 보면 그가 떠난 뒤 훨씬 더 많은 땀을 코트에 쏟아 부어야 했다. 전보다 많은 리더십도 필요했다. 그만큼 내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키드가 처음 팀에 왔을 땐 감독이 그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팀에 맞추라고 지시했다. 수비 자세부터 철저히 기존 우리 팀 스타일에 따르라고 했다. 개인적으론 이런 방식이 다소 아쉬웠다. 노련한 키드는 그냥 내버려둬도 팀 전체 공격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을 능력이 있다. 올 시즌 우리 팀은 키드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줬다. 덕분에 팀이 빨라졌다. 또 더 즐거운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당신에게 마크 큐번은 어떤 존재인가.

(개인 재산만 25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이 넘는 댈러스의 구단주 마크 큐번(53)은 ‘괴짜’로 불린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상대팀 선수와 언쟁을 하는 등 기행을 일삼아서다. 그가 지금까지 낸 벌금만 160만 달러·약 17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그가 오기 전까지 10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댈러스는 큐번이 팀을 인수한 2000년 이후 빠짐없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노비츠키가 지난해 7월 댈러스와 4년 재계약을 맺은 배경에도 큐번이 있다)

“평소 우린 형제나 다름없다. 몇 년 전 정규리그 MVP가 됐을 당시 난 관중 앞에서 몇 마디 감사의 말을 전하기로 돼 있었다. 알다시피 난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한다. 걱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큐번이 울음을 터뜨렸다. 내 수상 소감에 앞서 그가 나에 대한 얘기를 하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 거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큐번은 팀을 인수한 뒤 나를 항상 믿어줬다. 자신감도 줬다. 팀에는 전용기를 선물했고, 새로운 경기장도 지어줬다. 비가 오면 본인 리무진으로 선수들을 데리고 온다.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난 항상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다.”

미국과 유럽 농구의 수준 차이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수비다. 베이징 올림픽(2008년)에서 미국 드림팀이 이를 잘 보여줬다. 그들은 강력한 압박으로 코트를 지배했다. 당시 미국 팀은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마이애미 히트) 등을 구심점으로 한 ‘스몰 라인업’(센터나 파워포워드 등 큰 선수를 크게 활용하지 않는 농구)을 구사했다. 그럼에도 엄청난 스피드와 운동 능력으로 상대 공격을 꽁꽁 묶었다.”

댈러스가 아닌 다른 팀에서 뛰고 싶진 않은가.

“댈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란 타이틀은 항상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물론 더 중요한 건 우승 트로피다. 상대팀들은 만만치 않다. 파우 가솔이 레이커스로 가고, 케빈 가넷이 보스턴 셀틱스로 가는 등 ‘불공정한 트레이드’로 다른 팀들의 전력이 막강해졌다. 우리는 당장 팀 전력을 크게 보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젊은 피’로 재편하더라도 난 이미 노장이라 새 팀에 어울리는 활약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NBA에 있는 한 댈러스에 머무르고 싶다. 언젠가 유럽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있다.”

마지막으로 NBA 진출을 꿈꾸는 한국 농구 유망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선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큰 키(213cm)임에도 슈팅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어릴 때부터 슛 자세를 가다듬어서다. 당장 지름길로 가려고 하면 얼마 안 가 한계에 직면한다. 일단 무한 반복으로 기본을 완벽하게 익혀야 한다. 코트 밖에서의 행동도 중요하다. 많은 선수들이 코트 밖에선 몸을 함부로 다룬다. 난 음식 섭취는 물론이고 수면시간, 걷는 방법까지 농구 경기에 최적화된 생활을 한다. 영광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그만큼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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