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68>孟子曰 仁則榮하고…

  • Array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公孫丑(공손추)·상’ 제4장은 첫머리를 따서 ‘仁則榮’장이라고 한다. 이 장에서 맹자는 군주가 仁政(인정, 어진 정치)을 행하면 그 군주와 그 나라는 榮華(영화)롭지만 군주가 인정을 행하지 않으면 그 군주와 그 나라는 恥辱(치욕)을 입게 되리라 경고했다. 그러고서 仁政이란 덕 있고 재능 있는 선비를 존중하여 등용하고 정치와 형벌을 명확히 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仁則榮과 不仁則辱은 각각 조건과 결과를 이어주는 접속사 則을 사용했다. 그리고 仁과 不仁이 짝을 이루고 榮과 辱이 짝을 이룬다. 仁則榮은 ‘어질면 영화롭다’라는 말로, 속뜻은 ‘군주가 인정을 행하면 그 군주와 그 나라는 영화롭게 된다’이다. 不仁則辱은 ‘어질지 않으면 치욕을 입는다’라는 말로, 속뜻은 ‘군주가 인정을 행하지 않으면 그 군주와 그 나라는 치욕을 입게 된다’이다. 今은 어떤 상황을 가설하여 하는 말이다. 惡辱而居不仁은 치욕 입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어질지 못함에 처한다는 말로, 어질지 못함에 처한다는 것은 반성 없이 어질지 못한 정치를 그대로 행한다는 말이다. 是는 바로 앞에 나온 ‘치욕을 싫어하면서도 어질지 못함에 처함’을 가리킨다. 猶는 ‘마치 ∼와 같다’로, 비교의 표현에 사용한다. 惡濕而居下는 눅눅한 것을 싫어하면서도 낮은 땅에 거처한다는 말이다. 濕은 辱을 비유하고 居下는 居不仁을 비유한다.

주자(주희)는, 榮華를 좋아하고 恥辱을 싫어함은 사람의 常情(상정,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는 정서)이지만 치욕을 싫어하기만 하고 치욕 입는 길을 버리지 않는다면 끝내 치욕을 면할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사실 역대의 군주는 어느 누구도 치욕을 입으려 하지 않았지만 많은 군주가 끝내 영화롭지 못했다. 현대의 지도자들도 어진 정치를 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어진 정치를 구현해야만 당대와 후대의 칭송을 받으리란 사실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