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작자로 잘나가는 이 남자,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다… ‘멋진 인생’ 개봉앞둔 신춘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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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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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렸는데 문득 혼자라는 걸 느껴…
주인공 네 명 모두 내 자화상 같은 캐릭터”

영화 ‘멋진 인생’ 포스터.
영화 ‘멋진 인생’ 포스터.
뮤지컬계의 풍운아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43)는 영화학도 출신이다. 서울예대 영화과를 다니다 곽재용 감독의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1990년) 조감독을 맡으며 199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준비하던 영화인이었다. 그러다 1996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고 홀딱 반해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어 ‘지킬 앤 하이드’ ‘그리스’ ‘맨 오브 라만차’ 등 여러 뮤지컬 히트작을 제작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 리메이크작을 제작해 미국으로 역진출을 도모하는가 하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이하 스토리)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그런 그가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다. CGV압구정, CGV대학로 등 서울 10여 개 상영관에서 9일 개봉하는 영화감독 데뷔작 ‘멋진 인생’을 통해서다. 뮤지컬 프로듀서에 영화감독까지 ‘참 부러운 인생이다’ 싶은데 영화는 ‘성공이 다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영화를 공개한 시사회 며칠 뒤인 지난달 26일, ‘지킬 앤 하이드’가 공연 중인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앞 커피숍에서 만난 신 대표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두렵고 또 설렌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잘나가는 뮤지컬 제작자가 영화는 어떻게 만들었나’라며 바라볼 세간의 평가가 두렵지만 한편으론 오랜 꿈이었던 영화를 만들었으니 들뜬 마음도 든다는 것.

“(영화를 만들게 된)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요. 지난해 뮤지컬 ‘스토리’를 연출할 때는 제 인생에 큰 슬럼프였어요. 프로듀서로 에너지가 바닥났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러다 이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의 얘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처음엔 다큐멘터리로 구상했다가 나중에 극영화로 바꾸었다. 뮤지컬의 전개와 동일 구조의 드라마로 가져가면 더 좋겠다는 판단 때문. 낮엔 뮤지컬을 연출하고 밤엔 대본을 썼다. 촬영은 지난해 9월에 끝났지만 편집에 오래 공을 들였다고 했다.

뮤지컬 ‘스토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가 어린 시절 친구 앨빈의 장례식 추도문을 준비하면서 잊고 있던 삶의 가치를 재발견한다는 내용의 2인극. 영화는 뮤지컬에서 토마스 역을 맡은 류정한, 신성록과 앨빈 역을 맡은 이석준, 이창용 4명이 실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기본 골격은 뮤지컬 ‘스토리’에 출연하며 슬럼프에 빠졌던 석준이 초등학교 친구 정수(정성화)의 연락을 받고 초등학교 은사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극과 현실의 일치를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멋진 인생’은 공연 제작자로 달려온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인생 제2막이 있다면 영화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멋진 인생’은 공연 제작자로 달려온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인생 제2막이 있다면 영화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신 대표는 “주인공 네 명이 모두 내 자화상 같은 캐릭터”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정한은 젊을 때 유학을 떠나는 여자 친구를 붙잡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창용은 잘난 선배들 사이에서 주눅 들고 파트너인 성록의 무심함에 상처받는다. 성록은 앞서 가는 선배만 중시할 뿐 뒤처진 후배들은 안중에도 없다.

“10년간 정말 앞만 보고 달렸어요. 성공에도 가까워졌죠. 문득 돌아보니 섬처럼 외롭게 뚝 떨어져 있는 거예요. 내게 소중했던 사람도, 함께 고생했던 친구들도 다 떠났더라고요. 이게 과연 인생의 성공인가, 그동안 나는 잘못 살았구나 싶었죠.”

그가 공연계에 뛰어든 것도 빨리 성공하기 위해서였다. “충무로는 도제식이잖아요. 어느 세월에 감독 되겠나 싶더라고요. 공연계에서 경험을 쌓고 데뷔하겠다고 했는데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영화감독 데뷔가) 늦어졌습니다.”

지난달 결혼한 그는 첫날밤 신부와 함께 ‘나와 우리 부부가 세상을 사랑하고 나눠주는 사람이 되게 지켜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일에선 어떨까. 여전히 기로에 서 있다. “스무 살이 아니니까요. 영화와 뮤지컬 둘 다 잘할 순 없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죠. 일단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저는 창작에만 집중하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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