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55>曰伯夷, 伊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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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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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추·상’ 제2장은 不動心(부동심)과 浩然之氣(호연지기)의 문제에서 전환하여 聖人論(성인론)과 人評(인평) 문제로 나아간다.

맹자는 제자 公孫丑(공손추)의 질문을 받아 스스로 특장으로 삼고 있는 善養浩然之氣(선양호연지기·호연지기를 잘 기름)와 知言(지언·말을 앎)의 일을 논했다. 그러자 공손추는 맹자가 知言을 하고 또 養氣를 잘하므로 언어와 덕행을 兼全(겸전)하고 있는 성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맹자는 공자도 성인을 자처하지 않았거늘 공자를 배우는 자신이 어찌 성인을 자처할 수 있겠느냐고 부인했다. 공손추는 공자 문하의 여러 제자를 성인 공자의 일부분을 지닌 분들과 성인의 전체를 갖추되 미약한 분들로 나눈 후, 맹자에게 어떤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다. 맹자는 그 몇 분이 이른 경지를 자처하고 싶지 않았기에 ‘잠시 이 문제를 버려두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공손추는 공자 문하의 인물이 아닌 伯夷(백이)나 伊尹(이윤)과 비교하여 선생님은 어떤 위치에 놓이느냐고 물었다. 공손추가 이와 같이 질문한 것은 당초 그가 맹자에게 ‘선생님께서 제나라 卿相(경상)의 지위에 오르셔서 도를 행할 수 있게 되신다면, 비록 이로 말미암아 覇者(패자)나 王者(왕자)의 왕업을 이루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이와 같다면 마음이 동요되시겠습니까? 그렇지 않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던 것과 호응한다. 곧 공손추는 정치 참여의 태도 및 현실 대응의 방식에서 맹자가 백이 및 이윤과 어떻게 다른지를 물은 것이다.

맹자는 백이와 이윤이 정치 참여의 태도 및 현실 대응의 방식에서 서로 다른 길로 나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의 태도와 방식은 공자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게 된다. 不同道란 백이의 나아간 길과 이윤의 나아간 길이 달랐다고 지적한 말이라고 볼 수도 있고, 백이와 이윤의 나아간 길이 공자의 나아간 길과 달랐다고 지적한 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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