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더 원숙해진 ‘돐날’… 기대하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극단 작은신화 초연 배우들
8년 만에 모여 6월 재공연

1987년 젊은 연극인들이 만든 극단 작은신화는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기성 연출가에게 도제식으로 연출을 배우다 독립하는 것이 연극계의 관행이었던 시절, 대학을 갓 졸업한 24세의 최용훈 대표와 여러 대학 연극반 출신 동년배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극단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작은신화는 패기 넘치는 실험적 창작극들로 주목받았지만 극단으로 입지를 다진 작품은 2000년 초연한 ‘돐날’(김명화 작·최용훈 연출)이다.

한때 이상주의자였지만 생활에 찌든 30대 중반의 기성세대가 된 386세대의 얘기를 돌잔치 배경의 극사실주의 연극으로 풀었는데 대박을 터뜨렸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2001년 연장공연, 2003년 재공연했다. 2002년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 연출상(최용훈), 연기상(홍성경)을 휩쓸었다.

올해 창단 25주년을 맞은 작은신화가 당시 배우들을 끌어모아 6월 3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8년 만이다.

대학로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한창 연습 중인 이들을 만났다. 초연 멤버인 김은석 씨(경우 역)는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이 이렇게 모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돐날은 작은신화 배우들에게도 변곡점이 됐다. 최 대표는 “돐날 이전까지는 실험적인 연극을 많이 해서 배우들이 잘 안보였는데 이 작품에서 비로소 그들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배우들이 외부활동을 활발하게 시작한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다들 바빠 스케줄 조정에 애를 먹었다. 10명의 등장인물 중 백은경(미선 역)과 임영택(지호 역) 두 명은 합류를 못 했지만 홍성경(정숙 역) 길해연(경주 역) 서현철(성기 역) 등 8명의 초연 멤버가 출연한다.

대본은 2003년 마지막 공연 때 것을 쓸 예정이다. 당시의 이야기가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배우들이 나이를 먹은 만큼 더 원숙한 느낌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초연 당시 막내로 20대였지만 올해 39세가 된 김기준 씨(달수 역)는 “달수는 일을 따내기 위해 친구에게 갖은 아부를 하는 인물인데 요즘 이해가 된다. 먹고살아야 하니까”라고 했다.

작은신화는 신작 ‘매기의 추억’을 먼저 무대에 올리고 돐날에 이어 지난해 공연한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1994년 초연한 ‘황구도’를 연속으로 무대에 올린다. 02-762-0010(내선 8번)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