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국내파로 파리 롱티보 콩쿠르 4관왕 올랐던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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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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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20회 日공연… 무대장악력 좋대요”
14일 서울 금호아트홀서 리사이틀

국내외에서 100회 무대에 서며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신현수 씨. 4일 금호아트홀 빈 객석에 앉아 밝게 웃던 그는 카메라를 보고 “오전이라 얼 굴이 부어 나올 것 같다”며 걱정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국내외에서 100회 무대에 서며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신현수 씨. 4일 금호아트홀 빈 객석에 앉아 밝게 웃던 그는 카메라를 보고 “오전이라 얼 굴이 부어 나올 것 같다”며 걱정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지난주 일본 교토에서 공연을 마친 뒤 몇몇 일본 관객이 무대 뒤로 오셨어요. ‘지진으로 힘들었는데 공연을 보고 위안받았다’며 감사를 표하시더군요.”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씨(24)는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한 해 동안 일본에서 여는 공연만 20회 정도. 2008년 파리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1위와 함께 오케스트라상, 리사이틀상, 그리고 파리음악원 학생들이 주는 최고상까지 받아 4관왕이 된 뒤 그의 인생은 확 바뀌었다. 국내에서 가장 기대되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동시에 해외에서도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14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그를 4일 같은 공연장에서 만났다.

“청중은 모두 비슷한 눈을 갖고 있어요. 연주가 좋다고 느끼는 부분도 유사하죠. 다만 일본 관객들은 몰입도가 좋고 무대 장악력이 강하단 이유로 제 연주를 특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신 씨는 네 살 때 바이올린을 먼저 시작한 언니 신아라 씨(28)를 따라 활을 잡게 됐다. “어머니는 방문을 닫고 언니를 하루 다섯 시간씩 연습을 시키셨어요. 저는 방문 앞에서 기다리다 잠들곤 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바이올린을 시켜달라고 떼를 쓰게 됐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예비학교에 들어가면서 그는 평생의 스승인 김남윤 교수와 인연을 맺게 된다. 올해 한예종 독주자 과정에 들어간 그는 14년째 김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 “선생님은 두 번째 엄마라고 생각을 해요. 어릴 적에 한 번 소리를 지르시면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겁을 먹었죠. 하하. 지금은 오히려 많은 부분 터치 안 하시고 저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게 지켜보시는 편이에요.”

유학파도 별다른 활동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 클래식계의 현실에서 신 씨는 국내파로서 드물게 단단한 입지를 다졌다. “친구들이 외국에 나가니까 저도 막연히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부족한 게 많아 국내에서도 할 게 많은데 꼭 외국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는 국내파라는 수식어가 조금은 부담이라고 했다. 자신을 역할모델 삼아 연습하는 후배들도 있어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는 것. “연습할 시간이 항상 부족하기에 하루가 24시간보다 길었으면 좋겠어요. 조금이라도 악기를 안 잡으면 불안해서 어디를 가든지 (악기를) 가져가 30분이라도 활을 잡으려고 하죠.”

그는 이날 인터뷰를 앞두고도 무대에서 홀로 연습하다가 기자를 맞았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교향악축제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에 나서고 바로 다음 날인 14일 금호아트홀 리사이틀을 개최하는 그의 공연 일정은 숨 가쁘다. 일반 판매를 하지 않는 기업이나 단체 관련 공연까지 합하면 연 100회 정도 관객 앞에 설 정도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그는 한창 연애할 20대 여성. 실제로 보니 171cm의 큰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봄을 탈 겨를도 없이 바쁘다. 연애는 생각도 못 한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공연 때 직접 머리를 단장하고 메이크업을 할 정도로 미용에 관심이 많다는 그에게 외모와 연주의 함수관계를 들려달라고 했다.

“예쁜 아티스트를 보면 일단 관객의 관심을 끄는 장점도 있지만 연주가 외모에 가려지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어떤 분들은 제 공연에 와서 아예 고개를 숙여 바닥을 보며 듣기도 하세요.”

촉망받는 신예 연주가가 그리는 10년 뒤 자기 모습은 담백했다.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성숙된 연주가가 돼 있지 않을까요. 그 정도 바람이에요.”

14일 리사이틀에서 그는 파가니니 소나타 12번 e단조, 시마노프스키 ‘세 곡의 신화’ 등을 연주한다. 2만∼3만 원. 02-6303-7700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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