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남상일 씨(33)는 구성진 노랫소리뿐 아니라 구수한 입담과 재치로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을 줄 안다. KBS 1TV ‘아침마당’ 고정 패널 자리를 굳힌 것도 그런 능력에 힘입은 것. 이 때문에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이면서 트로트 앨범도 내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대성에 비교되기도 한다.
국립창극단이 그런 남 씨를 앞세워 25,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춤과 노래, 음악이 어우러진 ‘버라이어티쇼’ 무대를 올린다. 다채롭고 화려한 국악 공연이라고 강조하는 이 무대의 이름은 ‘남상일 100분 쇼’. 국악 공연 제목에 특정인의 이름을 넣고 ‘쇼’라는 표현을 쓴 건 이례적이다. 14일 이 쇼의 주인공을 만났다.
“그동안 국악 공연은 관객(을 고려하기)보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무대에 올렸는데, 이번엔 철저히 관객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꾸몄습니다. 뭘 좋아하실지는 숱하게 공연하면서 체득했죠.”
그가 이 공연을 위해 준비한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백설희 씨의 대중가요 ‘봄날은 간다’를 판소리 창법으로 부르고, 각설이들의 노래인 장타령, 무속인의 굿 소리(무악)도 준비했다. 중간 중간 입담으로 웃음을 끌어내고 자신이 창작한 판소리 ‘노총각 거시기가’도 선보인다. 100분 공연 중 전통 창(唱)이라곤 20분 동안 심청가의 한 대목을 펼치는 게 전부다.
“소리꾼을 광대라 합니다. 넓을 광(廣), 큰 대(大) 자를 써요. 넓고 크게 봐야 한다는 거죠. 특히 판소리는 판을 잘 읽어야 하는데 전 그런 능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음악에 대한 고집도 있어야겠지만 포기도 빨라야죠. 소리의 ‘소’자, 판소리의 ‘판’자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나 소리하는 사람입네’ 하고 어려운 적벽대전을 벌여선 안 된다는 거죠.”
그의 말은 빠르지 않지만 리듬감 있고 거침없다. 1996년 학생부와 1999년 일반부에서 동아국악콩쿠르 판소리 부문 금상을 타며 입증된 그의 자질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어릴 때 많이 울었는데 서너 살 무렵 TV에서 조상현 명창이 나오는 판소리 프로그램만 방송되면 울음을 딱 그쳤대요. 아버지가 선견지명이 있어 제 울음소리와 방송 보며 흥얼거린 걸 녹음해 조 명창에게 보냈는데 그분이 ‘소리를 해야 할 놈이니 지금은 많이 들려줘야 한다’면서 당신께서 직접 소리하신 걸 녹음해 보내 주셨습니다. 일찍부터 통신 교육을 받은 셈이죠.”
하지만 전주에 사는 그가 서울에 사는 조 명창에게 배울 형편은 안됐다고 했다. 이후 조소녀, 안숙선 명창을 사사했다. 그 때문인지 자기 소리가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이라고 평가하는 그의 꿈은 서양 것과 섞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국악의 참맛을 널리 알리는 것. 그래서 국악계의 현실에 불만도 많다.
“젊은 국악인이 방송에 자꾸 나오는 게 국악 대중화에 좋잖아요. 그런데 그걸 안 좋게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국악 무대에 너무 연로하신 분들만 출연하시면 젊은 세대는 더욱 외면하게 될 것입니다.”
국악 대중화를 위해선 관객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게 우선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10대들의 어려움을 표현한 ‘십대 애로가’, 초보 여성 운전자들의 심정을 가사에 담은 ‘여성 운전가’ 등 창작 판소리를 만들어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중화를 위해 크로스오버나 퓨전을 시도하는 추세에 대해 그는 불만이다. “국악인들이 베토벤이나 비틀스 곡을 우리 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흉내 내기밖에 안 됩니다. 25줄로 늘린 북한의 개량 가야금 같은 것을 들여오는 것에도 불만입니다. 전통음악을 제대로 하면 세계 어디서나 다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2만 원. 25일 오후 7시 30분, 2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장충단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80-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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