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70>孟子謂齊宣王曰王之臣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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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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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梁惠王(양혜왕)·하’ 제6장에서는 맹자가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비유의 사례를 들어서, 君臣과 上下가 각각 자기의 職分(직분)을 다하는 것이 王政의 출발점이란 점을 강조했다.

王之臣有託其妻子於其友而之楚遊者는 ‘王之臣 가운데 그 처자를 친구에게 맡기고 초나라로 가서 객살이하던 자’란 말이어서, 王之臣이 주어는 아니다. 하지만 종래의 현토는 王之臣 다음에 ‘이’라는 주격조사를 붙이는 반면, ‘之楚遊者’의 다음에는 토를 붙이지 않았다. 여기서도 그 현토 방식을 따랐다. 託은 寄託(기탁·맡김)이다. 之는 ‘가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이다. 遊는 遊歷으로, 타향에 객이 되는 것을 말한다. 比는 及(급)과 같다. 比其反也의 其는 처자를 친구에게 맡기고 초나라로 가서 객살이하던 자를 가리킨다.

則凍뇌其妻子의 則(즉)은 상황을 확인하는 뜻을 나타낸다. 凍뇌(동뇌)는 본래 얼고 굶주린다는 뜻인데, 뒤에 목적어 其妻子를 두어서 얼고 굶주리게 만들었다는 뜻을 나타낸다. 則如之何의 則은 가정과 결과의 구를 연결하는 접속사다. 如之何는 ‘그를 어떻게 하겠습니까?’이다. 棄는 絶(절)의 뜻이다. 주자는 絶交라 풀이했으나, 우정을 끊는다는 뜻이 아니라 군주로서 그런 인물을 다시 신하로 삼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친구의 부탁으로 가족을 돌보게 된 자가 친구의 처자를 얼고 굶주리게 만든다면 信義를 지켰다고 할 수 없다. 한편 군주는 하늘을 대신하여 백성을 기르는 牧民(목민)의 존재이기에, 백성을 얼고 굶주리게 만든다면 하늘에 대한 신의를 지켰다고 할 수 없다. 오늘날의 정치가는 정권의 정당성을 시민의 신뢰에 둔다. 그렇다면 정치가는 시민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자신의 직분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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