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나만의 手製 정장 “기성 양복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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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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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메이드 맞춤패션 조용한 인기몰이

경제력이 있는 남성들이 편안함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함께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수제 맞춤 정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급 양복점이나 해외 명품 브랜드의 전유물이던 수제 맞춤 정장 시장에 기성복 브랜드들이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사진 제공 란스미어·캠브리지멤버스
경제력이 있는 남성들이 편안함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함께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수제 맞춤 정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급 양복점이나 해외 명품 브랜드의 전유물이던 수제 맞춤 정장 시장에 기성복 브랜드들이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사진 제공 란스미어·캠브리지멤버스
#1 7일 오후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7동 ㈜서진어패럴. 코오롱패션 브랜드 ‘캠브리지멤버스’의 협력업체인 이곳은 이 브랜드를 만드는 유일한 국내 공장이기도 하다. 나머지는 모두 해외 아웃소싱이다.

타타타타….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분주한 재봉틀 소리가 먼저 들렸다. 푸른 작업복의 근로자들은 저마다 고개를 숙인 채 재봉틀을 돌리며 원단을 이어붙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마름질에서 재봉질까지 이어달리기를 하듯 건네진 원단은 수십 명의 재빠른 손놀림을 거쳐 번듯한 정장으로 ‘뚝딱’ 만들어져 나왔다.

하지만 이 공장 바로 옆 작업실은 이런 분주함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조명이 켜진 책상 앞에서 중년의 남녀 기술자 9명이 한땀 한땀 바느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실을 꿴 바늘을 길게 뺐다가 다시 넣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분주하기보다는 차분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캠브리지멤버스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비스포크 핸드메이드 정장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비스포크 핸드메이드 라인은 자르고 꿰매는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뤄지는 정장이다. 비스포크(Bespoke)는 ‘Been spoken for’에서 유래된 말로 고객이 직접 옷감을 골라 본인의 취향에 맞도록 ‘말한 대로’ 만들어진 정장을 뜻한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최고급 수제 맞춤 정장인 셈이다.

김용환 공장장은 “앞판과 뒤판 등 재단한 큰 원단을 이어붙이는 작업을 제외하면 단춧구멍까지 모두 손으로 만든다”며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자들이 모였다고 해도 하루 1, 2벌 정도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소매의 단춧구멍 한 개를 만드는 데만 50여 차례의 바느질이 필요하다. 양복 한 벌에는 수천 개의 바늘땀이 촘촘히 박혀 있다.

양복 정장은 260여 개의 기본 조각이 맞물려야 비로소 완성되는 제품이다. 조각만큼의 공정이 필요하다. 이곳에서는 이런 공정의 90% 이상이 손으로 이뤄진다. 최경복 코오롱 캠브리지브랜드 디자인실장은 “캠브리지멤버스의 핸드메이드 라인은 한국에도 이런 수제 정장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브랜드”라고 말했다.

#2서양에서 비롯한 남성 정장의 기본은 ‘수제(手製)’다. 오랜 기간 거리를 지켜온 수많은 양복점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기성복이 늘어나면서 수제 양복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양복점도 줄어들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양복점들도 맞춤 서비스는 제공하지만 하청 ‘공장’에 의뢰해 기계로 작업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처럼 기성복에 밀려 ‘저물어 가던’ 수제 정장에 다시 햇살이 비치고 있다. 제일모직, 코오롱 등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시작한 수제 정장 서비스의 매출이 점차 오르면서부터다. 이미 LG패션 마에스트로 등의 브랜드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캠브리지멤버스 비스포크 핸드메이드나 란스미어 핸드메이드 등은 여기에 ‘수제’의 가치를 더한 제품으로 보면 된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황태현 인턴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2학년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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