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43>今王이 與百姓同樂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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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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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왕·하’ 제1장의 마지막이다. 맹자는 莊暴(장포)로부터 제나라 왕이 세속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듣고는 왕을 만나 왕이 음악을 좋아하므로 제나라는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음악 및 사냥의 예를 들어, 왕이 성대한 연주회를 벌이고 사냥을 행하되 만일 혼자만 嗜好(기호)를 즐긴다면 백성이 머리를 아파하고 이마를 찌푸리며 자신들의 困窮(곤궁)이 極限(극한)에 이르렀다고 원망하리라고 지적했다.

또 반대로 왕이 백성을 救恤(구휼)하여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백성은 왕이 연주하는 음악소리를 듣거나 왕이 사냥하는 광경을 보고 흔연하여 기뻐하는 기색을 띠게 되리라고 했다. 그러고서 맹자는 두 경우의 차이가 與民同樂(여민동락)이냐 아니냐의 차이에 달려 있다고 매듭지었다.

與百姓同樂은 與民同樂과 같다. 民을 百姓이란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則은 조건과 결과를 이어준다. 王은 왕 노릇한다는 뜻의 동사이다. 矣는 단정의 어조를 나타낸다.

이에 앞서 ‘양혜왕·상’에서 맹자는 ‘與民偕樂(여민해락)’을 말했다. 곧, 주나라 文王(문왕)이 백성의 힘을 이용하여 臺(대)를 만들고 못을 만들었으나 백성이 그것을 즐거워하여 그 대를 靈臺(영대)라 하고 그 못을 靈沼(영소)라 하여 문왕이 사슴과 큰사슴, 고기와 자라를 소유함을 즐거워했으니 백성과 더불어 즐겼기 때문에 능히 군주도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與民偕樂은 여기서의 與百姓同樂과 같다.

정조는 신하들에게, 偕樂과 同樂은 성인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이고 王道(왕도) 정치의 큰 단서인데 偕樂과 同樂의 방법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물었다. 만약 모든 사람과 함께하고 일마다 모두 함께하려 하면 힘이 부족하고 날이 부족할 걱정이 어찌 없겠는가. 정조의 이 질문에 우리 시민은, 그리고 우리 시대의 위정자는 어떻게 답변해야 하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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